두 개의 태극기 휘날린 광장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일대에서 각각 열렸다. 제98주년 3·1절인 이날 탄핵에 찬성하는 ‘촛불집회’ 참가자들과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의 손에 들린 태극기는 같지만 달랐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집회 참가자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노란 리본을 달았다. [사진 장진영·전민규 기자]
98주년 3·1절인 1일 서울 도심에서 하루 종일 태극기가 휘날렸다. 오후 2시 세종대로와 태평로에 모인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의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었다. 3시간 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주최한 촛불집회에서도 태극기가 손에서 손으로 전달됐다. 이 태극기 위에는 노란 리본이 묶여 있었다. 같은 태극기였지만 다른 태극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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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의 광장을 뒤덮은 태극기는 1919년 만세 운동과 15년 전 월드컵 응원 때와 달리 국민을 하나로 품지 못했다. 탄기국은 ‘3·1절 선언문’이라는 발표문에서 “일제보다 참혹한 불의로 무장한 세력이 단돈 1원도 받지 않은 대통령을 탄핵해 태극기를 들게 했다”고 주장했다. 탄핵심판 사건의 대통령 측 대리인인 김평우(72)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막무가내 심리 결과에 복종하는 건 북한 인민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를 향한 이들의 행진에는 군가 ‘멸공의 횃불’이 울려 퍼졌다.
탄핵 찬반 극심한 대치 … “3·1절이 구한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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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퇴진행동의 촛불집회는 빗속에서 진행됐다. 비옷을 입은 참가자들은 ‘세이(say) 탄핵’이라는 노래가 흐르는 가운데 “대통령 탄핵 인용 만세”를 외쳤다.
양측 이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을 빚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광장을 휘감았다. 경찰은 차벽을 만들어 세종대로를 가르고 도로를 둘러 양측을 갈랐다.
3·1운동 정신이 궂은 날씨만큼이나 빛을 잃은 이날, 독립운동가 박건의 손자 박원식(78) 광복회 강남구지회장은 “광화문을 지나면서 양측 대립에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독립운동가 홍현주의 손자이자 6·25 참전 국가유공자 홍의찬(86) 광복회 서대문구지회장은 “1919년의 희생으로 독립이 됐고 그 아름다운 날이 오늘이다. 왜 하필 오늘 구한말에 하던 짓들을 하는가”라고 개탄했다.
글=김승현·윤재영 기자 shyun@joongang.co.kr
사진=장진영·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