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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서울 광화문 지점에서 22일 만난 김예은양의 꿈은 당찼다. 내년 2월 대전여상 졸업 예정으로, 학교를 일찍 다녀 1994년생 만 17세다. 10월 입사해 이달 초 지점에 창구 텔러로 배치됐다. 국민은행 전체에서 최연소란다.
김양은 일찍이 중학 때부터 대학 가지 말고 일찍 취직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집안 형편이 어렵기 때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넉넉한 편도 아니다. “대학 가면 아빠ㆍ엄마 돈 써야 하는데, 일류대학 갈 만큼 공부를 잘하진 못했어요. 취업 후에도 대학 갈 수 있으니 우선 돈을 벌고 싶었어요.” 실업계 고교를 나와 취직 후 대학에 간 아버지의 영향도 있었다. 어머니와 중학 담임 선생님의 만류를 뿌리치고 여상에 진학했다.
대전여상에선 은행을 목표로 삼았다. 그래서 전산회계 1급 등 13개의 자격증을 땄다. 성적은 상위 5% 이내였다. 교내 동아리 활동 열심히 하고 전교 학생회장을 할 정도로 활달하게 지냈다. 예뻐지려고 살도 애써 뺐다. 한때 80㎏에 육박했던 몸무게가 지금은 50㎏대다.
학교엔 축하 플래카드가 나붙었고 온 가족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같은 학교 다니는 여동생은 “친구들이 언니 이야기 많이 한다. 나도 은행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동생에게 목표를 제시해 준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다.
김양은 “고졸이니까 관심을 끄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 열심히, 정확히 일을 배우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신조는 ‘한 번 물어본 것 또 물어보지 말자’다. 대학 가는 친구들 부럽지 않다. “지금은 일 열심히 하고 공부는 필요할 때 하겠다”고 말했다.
최연소 타이틀이 붙은 만큼 ‘금융권 최연소 지점장’이 장래 꿈이다. 중간목표 두 가지를 정했다. 몇 년 뒤 전환고시에 합격해 무기 계약직에서 정규직이 되는 것이다. 신승철 수석지점장은 “능력과 의욕이 엿보여 전환고시는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3년 뒤에는 재직자 특별 전형을 통해 대학에 가 경영학을 공부하고 싶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