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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을 ‘벤치마킹’ 할 때다
당시 주변 상황과 지금 한반도 정세 흡사… 국가 위상 높여 동아시아 주도권 잡아야
 
윤명철(尹明喆) 동국대 사학과교수 기사입력 :  2008/05/30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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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이기고문은 윤교수가 민족신문에 기고한것이 아니라, 지난해 12월11일자로된 뉴스메이커 753호에 기고한 글이지만, 민신발행인이 뜬금없이(?) 윤교수의 기고문을 민족신문에 전재하게된 까닭은 어제 우연한 기회에 대학로에 소재한 흥사단에서 대단히 감명깊고 인상적인 윤교수의 고구려사-광개토 태왕에 대한 강연을 직접들을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때문이다. 좀 늦게 간데다가 윤교수의 스케줄이 바빠서 (민신발행인이 워낙 게으르고 과문한 탓으로 윤교수같은 대단히 훌륭한 고구려 전문학자가 계시다는것 조차 미처 모르고 있었다)미처 인사도 나누지 못했지만, 어제의 강연내용과 인터넷에서 찾아낸 이기고문이 거의 완전히 일치되는 내용이라, 좀 뒤늦기는 했지만 민신독자제위및 네티즌 여러분이 될수록 많이 필독해주기 바라는 마음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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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2/11   뉴스메이커 753호

당시 주변 상황과 지금 한반도 정세 흡사… 국가 위상 높여 동아시아 주도권 잡아야

경기 구리시에 세운 광개토대왕동상. 정복군주적인 성격이 아닌 위대한 정치가·성군의 모습으로 해석해서 제작했다.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정보기술(it)·생명공학기술(bt)·나노기술(nt) 등의 발달로 신문명이 탄생할 것은 자명하다. 지구 전체가 미국 중심의 세계화(globalization)가 추진되고, 유럽은 연방(eu)을 넘어 곧 합중국(united europe)으로 재탄생할 것이다. 필연적으로 동아시아에서도 연방(eau)이 탄생할 것은 시간문제다.
 
이를 감지한 한민족,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은 운명의 갈림길에서 패권을 장악하려고 질주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경제는 위축되고 남북통일은 불투명한 데다가 주변국들의 방해로 민족력(民族力)의 결집도 어렵다. 경제, 정치, 군사력은 주변 강국들에 비해 열세이며, 설상가상으로 내부 균열의 조짐마저 보이면서 혼돈의 판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러한 민족사의 위기 상황 속에서 우리가 선택할 대통령은 어떠한 인물이어야 할까?

우리 민족 잠재력 이끌 지도자 뽑아야

그가 세계질서와 문명에 대한 자기시각과 비전을 갖고 있길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민족의 통일은 물론이고, 그가 기본틀을 짤 수밖에 없는 동아시아 연방체를 구성하는 방법론과 그에 따른 대응전략을 제시할 정도는 돼야 한다. 그래서 마비된 위기감을 깨우치게 하고, 만연한 패배의식을 떨쳐버리게 해야 한다. 또한 설득력 있는 미래 비전을 제시해서 우리 민족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해가면서, 이끌어갈 정도가 돼야 한다.

한나라당의 이병박 후보는 성공한 세일즈맨이라는 성과를 들고 나와 ceo 경제대통령을 주장하면서 ‘한반도대운하론’을 핵심정책으로 들고 나왔다. 한때 박근혜 후보는 이에 맞서 한반도와 대륙을 잇는 열차페리호 구상을 밝힌 적이 있고, 정동영 후보는 평화와 통일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개성공단 등을 통한 북한 개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머지 후보들은 그나마 국가정책과 관련하여 특별하게 언급한 것이 없다. 더구나 놀라운 사실은 아무도 역사 속에서 모델을 구하지 않고 있다. 다만 손학규 후보가 광개토태왕을, 이회창 후보가 이순신을 잠시 목적에 맞게 차용했을 뿐이다. 그래도 희망의 마지막 끈을 놓지 않으면서 성공한 리더의 모델로서 광개토태왕을 생각해본다.

“국강상 광개토경평안호태왕… 18세에 즉위했고, 연호는 영락(永樂)’이다. … 나라는 부강해지고 백성들도 많아지고, 오곡이 잘 익었다.”

무려 6.39m인 광개토태왕릉비문에 새겨진 내용이다. 태왕은 22년 동안 재위하면서 우리 역사상 가장 많은 영토를 넓혔고, 자의식이 강했으며, 군사전략에 탁월했다. 세계 국가적인 성격의 고구려를 만든 리더, 즉 왕 중의 왕인 태왕이다. 성공한 리더, 그가 추진한 정책들은 무엇이며, 그 정책들은 21세기 우리에게 왜, 어떻게 모델이 될 수 있을까?

그가 18세의 나이로 등극한 4세기 말과 5세기 초는 지금의 상황과 너무나 흡사했다. 나라 안에서는 외적의 침입과, 거듭되는 흉년으로 백성들이 굶어죽는 상태에서 자신감을 상실하고 있었다. 또 당시의 세계인 동아시아는 중화(中華) 중심의 냉전(cold war)질서에서 의욕에 넘치는 열전(hot war)질서로 재편되고 있었다. 북쪽에서는 유목종족들이 5호 16국 시대를 연출하고 있었고, 남쪽에는 도망간 한족이 동진이라는 피난정권을 세우고 있었다. 아(我)와 비아(非我)가 불확실하며, 판세가 어떻게 돌아갈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지금의 상황과 한 치도 다르지 않다.

중국과 일본은 아시아의 패권을 놓고 복잡미묘하게 경쟁과 대결구도를 연출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우호협력을 하면서도 사사건건 부딪히는 경쟁관계다. 중국은 한민족의 통일을 기본적으로 방해하는 입장이고, 앞으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많다. 중국과 러시아는 연해주 영유권과 두만강 하구를 놓고 충돌이 불가피하다. 중국과 미국은 소련이 붕괴된 이후에 잠재적인 적국으로 서로 주시하고 있다.

통찰력이 뛰어난 광개토태왕은 국제질서의 본질을 꿰뚫어보면서 과감하고 전격적으로 국가발전정책을 추진했다. 우선 군사력을 동원해서 22년 동안 거의 쉬지 않고 영토를 확장하고, 전략거점을 확보했다. 이것은 국제질서의 재편, 외교노선의 다변화, 경제력 향상 및 물류망 확대, 문화국가의 실현과 관련이 깊었다.

그가 집중적으로 장악한 정책거점은 크게 다섯 지역으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는 요동지역, 두 번째는 압록강 하구 일대, 세 번째는 두만강 하구및 연해주 남부 일대, 넷째는 경기만 일대, 다섯째는 동해안 중부 일대다.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지만 지금의 경제특구 지역과 거의 유사하다.

태왕의 경제거점은 크게 다섯 지역

고구려 수도인 국내성(현재 길림성 집안시) 동쪽에 세운 무덤. 장군총처럼 표면을 거대한 화강암돌로 쌓은 사방 직경 66m에 달하는 거대한 피라미드다 지금은 표면석이 다 없어지고 일부만 남아 있다.
그는 즉위한 첫해 7월에 남쪽으로 백제를 공격하고, 뒤이어 9월에는 북으로 진격하여 내몽골의 거란(契丹)을 정벌했다. 요동지방은 중국을 동북부로부터 압박할 수 있고, 북방종족들의 남하를 저지하는 전략지역이다. 그뿐 아니라 안시성 등의 철매장지가 있으며, 북방경제권과 교류하는 공간이면서 발해만과 황해 북부의 해양 물류망을 이용할 수 있는 물류거점 지구였다. 지금의 대련·여순·안산·심양 등이 중심도시였다.


태왕이 중요시한 또 다른 전략지구는 압록강 하구다. 북한의 신의주와 중국의 단동시가 마주보고 있는 비교적 강폭이 넓은 압록강은 만주에서 황해로 나아가는 출해구이며, 황해에서 만주로 진입하는 입구다. 따라서 정치·외교뿐 아니라 국제교역에서 가장 중요한 물목이므로 고구려에는 생명선과 목구멍 같은 곳이었다. 21세기에도 이 지역은 정치군사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전략지구로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그 때문에 2002년 북한이 추진했던 ‘신의주 경제특구’는 중국의 압력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우리가 통일을 달성하고 좀 더 주체적인 입장에서 질서를 재편하는 데 참여하고, 동아시아공동체를 수립하는 데 유리한 지분을 확보한다면, 광개토태왕과 마찬가지로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태왕은 즉위 21년(411년)에는 친정군을 이끌고 동부여를 정벌하여 두만강 하구 유역과 연해주 남부 일대를 영토로 삼고 타타르 해협과 동해 북부의 일부까지 영역에 포함시켰다.

여러 종족을 복속시키고, 각종 모피·목재·생선·소금 등의 생산물을 획득하려는 목적이 강했다. 하지만 일본 열도로 사신을 파견하고 물건을 사고파는 수출입항의 거점으로 삼으려는 국제관계를 고려한 포석이었다. 이곳은 북한의 나진·선봉지구, 중국의 훈춘, 러시아의 핫산지역이 지닌 전략적 가치와 유사하다. 중국은 2006년 4월을 계기로 북한과 나진·선봉(나선시)을 50년 동안 공동으로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드디어 동해로 나가는 출해권을 확보한 것이다.

태왕은 이렇게 정석대로 강력한 군사력을 동원하여 만주의 전략적인 거점들을 차지하면서 동아시아 삼핵(三核)체제의 한 부분을 차지했다. 그가 중요시했던 만주는 고구려 시대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대륙과 황해와 동해가 만나는 곳이자 대륙경제권과 황해경제권, 동해경제권이 만나는 곳이다. 만약 남북한의 희망 섞인 계획대로 남북이 협력하고 중국횡단철도(tcr),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경의선, 경원선과 이어지면 세계는 물론 아시아의 모든 교통망이 몰려들면서 아시아 교통의 중심지가 될 것이다. 이 가치를 새삼 주목한 중국의 새 지도부는 소위 ‘동북진흥계획’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고구려 역사에 대한 왜곡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 무렵 중국지역은 남북으로 분단되었는데, 고구려가 만주뿐 아니라 남쪽을 점령하고, 해양 영토를 확대하면 모든 나라가 교류하는 육로와 해로가 연결되는 접점을 장악할 수 있었다. 국제질서의 중핵(中核)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임을 명확하게 깨달은 광개토태왕은 남방정책도 강력하게 추진했다. 그는 즉위 5년(396년)에 대규모 수군을 투입하여 백제의 수도인 한성을 공격 목표로 삼아 한강직공작전을 펼치고, 경기만을 장악할 목적으로 한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했다.

통일한국은 철도·해로 물류망 거점

경기만은 동아지중해의 모든 항로와 한반도 중부의 모든 강이 이어지는 해륙교통의 거점이면서 한반도 및 환황해권의 코어이며 허브였다. 부유한 국가를 지향하는 태왕은 시대의 변화를 포착하고, 이 범경기만을 또 하나의 허브로 삼아 교역의 거점뿐 아니라 생산의 거점으로도 삼았다. 전근대시대에는 경기만을 어떤 나라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판세가 결정되었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남과 북이 nll을 통해 경기만을 공유하고 있으며, 남한이 영종도와 송도를 중심으로 경제특구를 발전시키며, 최근에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는 데 합의한 것은 광개토태왕의 정책과 매우 유사하다.

태왕은 황해지역에 만족하지 않고, 신라의 구원 요청을 빌미로 경자년(400년)에는 보병과 기병 5만 명을 신라의 국경 안으로 진격시켰다. 내쳐 부산지역의 임나가라(任那加良)까지 공격했고, 나아가 일본 열도에 진출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신라에 대한 종주권을 확실시하면서, 동시에 동해중부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동아시아 정책의 일환이었다. 그래야 왜국을 압박하면서 일본 열도와 손쉽게 교류하면서 고구려의 국제적인 이상을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중국의 동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일본·미국·남한이 침체된 동해경제권을 활성화시켜야 하고, 그럴 경우에는 태왕과 장수왕처럼 동해 중부지역(동해·삼척)을 특별구역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다.

광개토태왕은 동아지중해의 중핵에서 동서남북 공략작전과 군사력의 강화, 그리고 해양군사거점의 확보와 보병과 기병의 활용, 수륙양면작전의 활용 등을 통해서 중핵(core)에서 정치외교적으로는 균형과 조정자 역할을 하면서 동아시아의 평화구도를 만들었다. 이어 물류체계와 문화체계의 거점(hub) 내지 중계로(i c) 역할을 통해서 강국으로 거듭났다.

만약 한국이 광개토태왕의 정책을 모델로 삼아 통일한국이 중핵 연결지의 역할을 충실히 한다면 우리는 동아시아에서 정치·군사적인 비중이 상승함은 물론 경제적인 주도권도 넘볼 수 있을 것이다. 통일한국은 거기다가 tcr, tsr과 해로(sea-lane)를 한꺼번에 장악해 물류망을 일원화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다. 만약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건설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경제적으로도 동아시아에서 하나뿐인 물류체계의 거점으로서 교통 정리가 가능하고 나아가서는 동아시아의 경제구조나 교역형태를 조정하는 역할까지 할 수 있다. 고구려 시대와 마찬가지로 한국지역의 중핵 역할과 조정 기능이야말로 21세기 동아시아 신질서의 수립과 상생, 공동체 구성에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주변국들에 인식시킬 수 있다.

지금 위기에 봉착한 한국을 이끌어갈 대선 후보들에게 필요한 덕목은 세계 질서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통찰력, 민족의 미래를 바라보는 거시적인 안목, 적합한 정책,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지도력이다.


윤명철(尹明喆)
동국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분야는 고구려사와 해양사이며, 광개토태왕을 통해 21세기의 ‘고구리즘(gogurism)’의 실현을 꿈꾸고 있다. 현재 동국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해양문화연구소장, 고구려연구회 부회장, ‘지구문학’ 편집위원 등을 맡고 있다.
1983년 대한해협 뗏목 학술탐사를 시작으로 2회에 걸친 황해문화 뗏목 탐사를 비롯해, 중국 절강성에서 인천을 경유, 제주도와 일본까지 뗏목 장보고호를 타고 학술탐사를 한 바 있는 왕성한 탐험가이자 활발하게 작품 활동 중인 시인이기도 하다. 해양문화 창달에 기여한 공로로 대한민국근정포장을 수훈했으며 ‘동아지중해와 고대일본’, ‘한민족의 해양활동과 동아지중해’, ‘고구려 해양사 연구’, ‘장보고의 나라’, ‘역사전쟁’, ‘고구려는 우리의 미래다’, ‘고구려의 정신과 정책’ ‘광개토태왕과 한고려의 꿈’ ‘장수왕 장보고 그들에게 길을 묻다’ ‘광개토태왕, 생각의 지도를 넓혀라’ 등 20여 권의 저서와 1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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