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중국해 항해의 자유는 미국의 국익과 부합한다." "유럽연합(EU)으로서는 도전이 될 수 있지만 기꺼이 균형자 역할을 맡을 것이다." 남중국해 문제가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소속 일부 국가와 중국 사이의 국지적 영유권 분쟁의 수준을 넘어 글로벌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 기사 더 자세히 보기
세계 해운 요충지 - 세계상선 통행량 3분의1 차지… 석유·천연가스 매장량 엄청나 중국의 야심 - 남중국해의 제해권 확보해 아시아 경제제국 맹주 꿈꿔 열강들의 중국 견제 - 美, 호주에 해병대 보내 견제 인도·일본·베트남 연대 모색, EU "균형자 역할 맡을 것"
"남중국해 항해의 자유는 미국의 국익과 부합한다." "유럽연합(EU)으로서는 도전이 될 수 있지만 기꺼이 균형자 역할을 맡을 것이다." 남중국해 문제가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소속 일부 국가와 중국 사이의 국지적 영유권 분쟁의 수준을 넘어 글로벌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아시아 복귀'를 선언한 미국은 호주에 해병대를 주둔시키기로 하는 등 남중국해 제해권을 강화하고 있고, 유럽연합도 분쟁이 격화될 경우 개입을 시사했다. 인도와 일본도 베트남·필리핀과 군사·경제 협력을 확대하면서 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고, 러시아와 호주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가와 미군 기지 제공으로 이 문제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남중국해가 향후 세계 열강의 각축장으로 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버트 카플란 미 국방부 국방정책위원은 최근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21세기의 전쟁은 해양에서 일어날 것이다. 남중국해가 냉전시대 독일처럼 향후 수십년간 최전선이 될 것"이라고 했다.
◇막대한 자원 놓고 중·아세안 수십년 분쟁
대만해협에서 말라카 해협으로 이어지는 남중국해는 면적이 350만㎢에 이르는 거대한 해역이다.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아세안 5개국은 1970년대부터 중국과 이 해역 상의 시사군도(西沙群島·파라셀군도), 난사군도(南沙群島·스프래틀리군도)의 영유권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1974년에는 중·베트남 간 해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이 해역이 중국의 영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 범위는 남중국해 전체 면적의 86%에 해당하는 300만㎢나 된다. 반면 아세안 5개국은 국제해양법에 따라 200해리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주장하고 있다. 시사군도와 난사군도 상의 도서와 암초에 대한 소유권 주장도 나라별로 엇갈린다. 이런 분쟁의 이면에는 이 해역 해저에 묻혀 있는 막대한 자원이 있다. 남중국해에는 230억t의 석유와 7500㎦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중국 측은 추정하고 있다.
◇동아시아경제권 노리는 강국들, "중국 독주 용납 못해"
그러나 세계 강국들이 앞다퉈 남중국해 문제에 뛰어드는 데는 그 이상의 이유가 있다.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경제권에 대한 영향력 확보다. 인도를 합친 동아시아 경제권 인구는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인 34억명에 이른다. GDP도 전 세계의 2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역내 중국과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나라들로 꼽힌다.
남중국해는 이 거대 경제권의 명줄을 쥐고 있는 곳이다. 말라카해협에서 남중국해로 이어지는 해역은 한 해 세계 상선 통행량의 3분의 1을 감당한다. 물동량은 수에즈운하의 6배, 파나마운하의 17배에 달한다. 중국과 베트남·필리핀 사이에 무력 분쟁이라도 일어나면 세계 경제가 휘청할 수 있다. 석유의 대부분을 중동에서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서도 남의 일이 아니다. 이런 해역을 중국이 좌지우지하도록 방관할 수 없다는 것이 각국의 계산이다.
◇서로 다른 전략적 그림
강대국들은 이 지역의 미래에 대해 서로 다른 전략적 구도를 그리고 있다. 휴 화이트(White) 호주 국립대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서 "중국은 남중국해를 미국이 지배하는 카리브해처럼 만들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지역 국가들의 주권까지 건드리는 것은 아니지만 막대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새로운 형태의 제국을 꿈꾸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인도, 일본 등이 주요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미국과 중국이 대등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럽연합 모델도 가능할 것으로 화이트 교수는 전망했다. 하지만 여전히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미국이나 떠오르는 강국 중국이 이런 구도에 만족할지는 미지수이다. 양 대국의 대립으로 아시아가 불안정에 시달릴 수도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