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보수의 전성시대’이다. 갑자기 우리 사회에 진보와 개혁은 사라지고 ‘보수의 물결’이 넘쳐나고 있다. 어찌됐든 진보와 개혁을 표방한 김대중■노무현 10년 정권은 국민에게 외면받았다. 그 실제 내용이 어찌됐든 진보와 개혁은 더 이상 이 시대의 화두가 되지 못하고 있다. 보수의 전성시대라고 하지만, 제대로 된 보수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의문을 표하게 된다. 사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보수는 너무 편하게 작동해 왔다고 할 수 있다. 해방 이후 미군정을 거치면서 친미적인 이승만 독재, 박정희 쿠데타 이후 군부독재, 그리고 김영삼의 문민정부까지 우리 사회의 보수는 그야말로 냉전반공 체제 아래서, 군사정부의 물리력 아래 우리 사회 기득권 체제유리로만 작동해 온 것이다. 따라서 보수라고 해도 진짜 우리가 ‘지키고 고수해야 할’ 사안은 없고, 일반 시민과 유리된 채 기득권 세력의 방패막이로 작동해 온 것이다. 1997년 김대중 정부, 이어 2002년 노무현 정부 출범으로 개혁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보수는 별다른 변화없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대한 일방적 비난과 폄훼로만 일관했지 이른바 민족과 국민을 위한 담론은 생산하지 않은 채 반사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했다고 할 수 있다. 이같은 보수의 일반적 흐름속에 <민족신문> 김기백 발행인은 여타 보수주의자 혹은 보수 논객과 달랐다. 김 발행인은 일찍이 인터넷에서 보수의 목소리를 표방했다. 필자가 그를 조우한 것도 2000년대 초 ‘진보와 정론을 ’표방한 인터넷신문 <대자보>였다. 당시 필자는 <대자보> 발행인을 맡고 있었고, <대자보>와 같이 진보를 표방한 매체가 인터넷의 대세였던 시기에 보수라는 ‘낡은 검’을 하나 차고 표연히 나타나 종횡무진 강호를 누비는 김 발행인은 신선한 충격 보다는 ‘시대에 뒤떨어진’ 돈키호테 같은 인물로 비춰졌을 때였다. 김 발행인은 <대자보> 뿐만 아니라 조중동 등 보수신문의 홈페이지, 당시 대표적 개혁적 매체였던 <오마이뉴스> 등 원근을 가지리 않고 보수의 입장과 가치를 역설했을 뿐 아니라, 우리 사회를 위한 보수의 입장을 나름대로 대변했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의 흐름이 진보와 개혁이던 시절, 그의 역설과 외침은 대다수 젊은 누리꾼들에게 어쩌면 비웃음과 무시의 대상이었지만, 그는 그 자신의 신념과 가치 하나로 꿋꿋이 달려와 오늘에 이른 것이다. 수많은 보수논객들이 오로지 김대중■노무현에 대한 비난으로 일관할 때도, 일부 논객이 세계화를 외치며 민족의 범위를 넘어설 때 그는 좌고우면 하지 않고 진정 보수의 가치로 그들을 질타하면서 일관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등 시류에 영합하지 않은 지사적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너무 외롭고 힘든 길이었을까? 인터넷에서 그는 혼자였다. 지난 2000년 초부터 기산해도 어언 8년, 그동안 이른바 진보적 정권 하에서 보수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그의 격정, 참보수에 대한 열정, 이명박 당선으로 인해 보수에서 대통령이 나와도 거침없이 비판하는 그의 직선적 성격 등 쉬운 길을 걷지 않은 그의 성격은 여타 사람과 화합하기 힘들게 했던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그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그의 입장과 가치를 이해할만한 열린 보수, 제대로 된 보수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김 발행인이 고군분투 해오다가 수년동안 사실상 명맥만 유지해오던 인터넷 <민족신문>을 다시 열어 새롭게 시작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 시대를 맞아 정말 제대로 된 보수의 목소리가 필요할 때 김 발행인이 전열을 정비하고 새롭게 출발한다는 것은 보수 뿐 아니라 진보매체를 위해서도 반가운 일이라 할 수 있다. 모처럼 새롭게 시작한 인터넷 <민족신문>이 제대로 된 보수담론을 펼쳐 우리 사회 보수와 진보 간 바람직한 관계를 형성하면 그만큼 우리 사회의 성숙도가 높아질 것이다. 이념적으로 정서적으로 먼 거리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필자가 흔쾌하게 축하의 글을 쓴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무엇보다 나름대로 진보의 가치, 보수의 가치를 지킬려고 애쓴 사람의 동질성이랄까 그런 마음에서 졸문이지만 흔쾌하게 축하의 글을 남기게 된 것이다. 다시 한번 인터넷 <민족신문>과 김기백 발행인에게 축하와 함께 건승을 기원한다. 끝으로 사족 하나, 김기백 발행인도 이제 힘들게 혼자만 하지 말고 ‘열정과 기백’ 대신 포용과 화합으로 많은 분들과 함께 하시길... 2008년 2월10일 :대자보 발행.편집인 이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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