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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요시가와 삼국지에서 벗어나게 될까
" 아이들한테 어떤 삼국지를 읽히면 좋은가요 ? "
 
훼드라 기사입력 :  2008/05/2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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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요시가와 삼국지에서 벗어나게 될까
글쓴이 : 훼드라 날짜 : 08.05.23
 
" 아이들한테 어떤 삼국지를 읽히면 좋은가요 ? "

 
명색이 인터넷 논객이랍시고 한 수 년간 활동을 하다보니 그런 인연으로 알게된 이런저런 네티즌이나 블로거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은적이 몇 번 있었다. 필자는 지난 2005년 여름경엔 ' 김운회의 삼국지 바로읽기를 읽고 '란 제목의 글을 그리고 2006년 가을엔 ' 어떤 삼국지를 읽히면 좋냐구요 ? '란 제목의 글을 조선닷컴 블로그를 비롯한 몇몇 사이트에 올린바 있다. 또한 지난 1994년부터 97년까지 약 3년가랑 pc통신 하이텔의 ' 삼국지 클럽 '이란 동호회에 가입 활동한바도 있는 나름대로 삼국지 매니아라면 매니아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시중에 나가보면 실제로 수많은 삼국지 번역서들이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수십년전에 출간된 박종화,김동리,정비석 삼국지에서부터 8,90년대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이문열 삼국지는 물론 최근 발행된 장정일,황석영 삼국지까지. 그야말로 당대의 이름있는 작가라면 누구나 한번씩은 무슨 의무감에서라도 삼국지 번역에 나섰던 것 같다. 그러나 워낙에 많은 삼국지 번역서들이 판을 치다보니 구매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측면도 있고, 역자의 해석에 따라 내용이 조금씩 틀린 경우도 있어 이런 부분에 대한 설명정도는 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솔직히 필자는 개인적으로 삼국지를 청소년 필독서쯤으로 추천하고픈 마음은 별로 없는 사람이다. 옛말에 ' 젊어서는 삼국지를 읽고 늙어서는 읽지 말라 '고 했다던가. 요즘엔 삼국지연의가 결국 중화중심주의적 사관을 전파한다는 이유에서 이 책을 금서로 해야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기도 하지만, 꼭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더라도 삼국지연의를 어느정도 비판과 경계의 시각에선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정도는 하고있는 사람이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선조때의 유학자 기대승은 경연장에서 삼국지연의의 한 장면이 잠시 언급되자 ' 이 책은 단연코 어떤 무뢰한자가 잡된말을 모아 고담처럼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잡박하여 무익할뿐 아니라 크게 의리를 해칩니다. (그런데 전하께서 이 책을 이미 보셨다고 하니) 혹시 이 책의 근본을 모르시는 것은 아닐까 하여 감히 아룁니다 '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     © 편집부

삼국지 이야기를 하면서 필자가 꼭 한번은 집고 넘어가야할 필요성을 느낀게 바로 ' 요시가와 삼국지 '다. 일본의 소설가 요시가와 에이지(吉川英治)에 의해 번역된 삼국지는 한때 우리나라 삼국지에 많은 영향을 미친 삼국지로 알려져있다. 쉽게 이야기해서 김동리,양주동등이 번역한 삼국지가 모두 요시가와 삼국지를 번역한 것이다.
 
정석(定石)대로라면 삼국지연의는 황건적의 난이 일어나고 의군을 모집하는 방문이 탁현에 붙게 되는데, 누상촌에 사는 유비란 사나이가 그 방문을 보며 ' 허허 '하고 탄식을 내뱉는다. 헌데 그 유비의 뒤에서 한 험상誙게 생긴 사내가 ' 사나이 대장부가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할 생각은 않고 탄식만 하다니 고이헌 노릇이군 ! '하고 벽력같은 호통을 친다. 유비에게 호통을 친 그 사내가 바로 장비이며, 두 사람이 우선 뜻이 맞아 의군을 모으기로 하고 우선 인근 술집에 가 이야기를 나눈다. 헌데 그 술집에 한 신장같은 사나이가 나타나 ' 나도 의군에 참례하러 가는중 '이라고 말하고 그가 바로 관우다. 그 유비,관우,장비 세사람의 뜻이 맞아 도원결의를 맺는 것이 삼국지연의의 시작이다.

 
헌데 요시가와 삼국지는 그 초반부 유관장 3형제의 만남에 창작을 조금 더 가미했다. 유비,관우,장비의 만남을 조금 더 개연성있는 현대소설화 했다고나 할까. 유비는 어머니에게 차(茶)를 사 드리기위해 황하까지 가 낙양선을 기다리고, 낙양선에서 차를 사 돌아오는길에 황건적을 만나게 된다. 위기에 빠진 유비는 그러다 장비의 도움으로 구출되며 장비에게 사례로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보검을 준다. 한편 그로부터 세월이 좀 지난뒤 탁현에 방문이 붙고 거기서 유비와 장비가 재회하게 되는 것이다. 장비의 설득으로 유비는 의군을 모아 황건적과 맞설 결심을 하게되고 장비는 그 이전부터 친분이 있는 인근 서당훈장 관우를 끌어들인다. 그렇게해서 도원결의가 맺어지는 것이 요시가와 삼국지 초반 스토리다.

 
문제는 지금 시중에 나와있는 소년 삼국지, 만화 삼국지의 대다수가 바로 이 요시가와 삼국지를 본따 구성한 것이라는 점이다. 80년대 kbs에서 방영된 인형극 삼국지 역시 초반부를 요시가와본을 본따서 구성했고, 만화 삼국지의 대표격인 고우영 삼국지 역시 요시가와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한편 몇 년전 kbs의 건강프로그램인 ' 비타민 '에선 녹차를 ' 건강음식 '으로 소개하는 퀴즈가 하나 나왔는데, 그 퀴즈의 힌트로 나온게 ' 삼국지 '였다. 헌데 녹차의 힌트로 삼국지를 제시한게 좀 기가막히다. 바로 요시가와 삼국지에 등장하는 에피소드. 유비가 어머니에게 드릴 차를 사러 갔다가 돌아오는길에 황건적에게 빼앗기고 그것을 장비의 도움으로 되찾게 되는 이야기. 하지만 이 에피소드는 어디까지나 요시가와 삼국지에서 창작한 부분이지 정석 삼국지의 이야기가 아니다. 헌데 그런 에피소드를 버젓이 공영방송사의 퀴즈프로그램에서까지 이와같이 소개했다면 그 문제의 심각성은 결코 간단하다고 할 수 없다. 
 
▲     © 편집부


 
한마디로 국내 삼국지의 상당수가 여전히 요시가와류의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이 읽기 쉽게 재구성한 만화나 동화 삼국지의 대다수가 여전히 요시가와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본다면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할 필요가 있다.

 
이문열 삼국지가 개인적으로 반가왔던점은 삼국지 초반부를 그 나름대로 재창작을 했다는 점이다. 바야흐로 요시가와 삼국지에서 벗어난 최초의 한국형 삼국지연의가 나온 것이다. 요시가와 삼국지가 일본작가의 관점에서 바라본 일본형 삼국지라고 할 수 있다면 이문열 삼국지를 한국형 삼국지로 양립시킬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문열 삼국지는 지난 십수년 일부 번역오류라던가 삼국지연의를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끊임없는 시비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요시가와 삼국지는 여전히 우리나라 만화삼국지,동화삼국지에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엔 리동혁이란 연변작가가 아예 이문열 삼국지 번역오류를 조목조목 비판한 ' 삼국지가 울고있네 '란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허나 이문열 삼국지의 번역오류가 지적되어야 한다면 같은 잣대로 요시가와 삼국지의 오류도 함께 비판받아야한다. 실제 요시가와 삼국지는 지나치게 일본적 관점에서 중국역사를 해석했다는 지적이 있기도 하다.

 
이문열 이후의 삼국지를 살펴보면 황석영 삼국지는 원전을 현대적인 문체로 번역한 수준이고 중화사관에서 벗어나겠다고 선언한 장정일 삼국지는 연의의 근본 주제에서 너무 많이 벗어났다. 요시가와 삼국지가 어린이,청소년용 만화나 동화 삼국지의 참고자료로 많이 사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아무래도 초반부 에피소드들이 지루하지 않고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엔 안성마춤인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가령 유비가 황건적에게 붙잡혔다 장비에 의해 구출되는 장면은 은근히 무협소설 분위기가 나기도 하고 유비와 홍부용의 로맨스 역시 그런대로 눈길갈만한 이야기 아닌가. 하지만 일본작가인 요시가와 삼국지에서 여전히 우리나라 만화,동화 삼국지가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은 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할 문제다. 왜 우리나라의 만화나 동화 출판사에서 어린이,청소년용 삼국지를 만들땐 한결같이 요시가와 삼국지만을 찾는것인지. 그점을 따져보고 싶어 이 글을 쓰게 된 것이다.

 
삼국지를 번역한 작가들의 관점을 대체로 살펴보면 우선 보수적인 작가들은 원전 그대로의 번역에 충실하려 했다. 하지만 아이들한테 한문교육이라도 시킬 목적이 아닌다음에야 지나치게 원전에 충실한 딱딱한 번역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눈높이를 전혀 배려하지 않은 번역이다. 삼국지를 원전 그대로 번역하는 수고를 하느니 차라리 자신만의 개성으로 삼국지를 재구성한 사례로는 일본에는 요시가와 에이지, 그리고 한국에는 이문열이 대표적이라 할 것이다. 중화사관에서 벗어나고자 한 장정일 삼국지는 삼국지연의의 근본주제에서 너무 많이 벗어났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이문열 삼국지는 지난 10년 번역의 오류를 비롯한 갖가지 관점에서 많은 비판과 지적을 받아왔다. 이문열 삼국지가 지속적으로 폄훼당한 것은 그간의 정치적 사정과도 무관치 않겠지만, 번역의 오류나 자의적 해석부분을 비판받아야 한다면 분명 그것은 요시가와 삼국지도 이문열 삼국지와 같은 기준에서 비판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문열 삼국지는 지난 10년 꾸준히 비판받아온 반면, 요시가와 삼국지는 해방이후 지난 수십년 수많은 한국 삼국지에 많은 영향력을 미쳐왔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문제점에 대해선 아무도 비판하고 지적해오지 않았다. 비판은커녕 여전히 수많은 만화삼국지, 동화삼국지가 요시가와본을 참고하고 있고 심지어 tv 퀴즈 프로그램의 정답힌트에까지 요시가와 삼국지의 에피소드가 소개되고 있는 것이다. 요시가와 삼국지 에피소드가 무비판적으로 공영방송 tv 프로에 소개되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요시가와 삼국지의 다른 삼국지와의 차이점에 대한 일반대중의 이해도가 그만큼 떨어진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다. 가령 ' 비타민 ' 구성작가나 제작진중 한사람이라도 요시가와 삼국지가 박종화 삼국지나 이문열 삼국지와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를 아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그런 황당한 실수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문열 삼국지의 번역오류나 자의적 해석이 비판받아야 한다면 같은 관점에서 요시가와 에이지 삼국지의 문제점도 비판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껏 이문열 삼국지는 비판하는 사람이 많았어도 요시가와 삼국지를 비판하는 사람은 없었다. 바로 그러한 문제의식하에 이 글을 쓰게 된 것이다. 만약 요시가와 삼국지가 삼국지를 왜곡한 것이 아닌 일본작가로서 나름대로의 개성을 갖추고 재구성한 일본형 삼국지로 평가받는다면, 같은 잣대로 이문열 삼국지 역시 한국형 삼국지로 재평가 받아야할 의미가 충분히 있다.

 
특히 무엇보다도 왜 어린이,청소년용 만화 삼국지나 동화 삼국지는 한결같이 일본작가인 요시가와 에이지본을 참고자료로 하는것인지. 그 문제점에 대해서 우리나라 출판사 관계자들과 만화가, 동화작가들이 좀 심각한 고민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특히 삼국지 매니아가 아닌 일반 대중들은 여전히 요시가와 삼국지가 이문열이나 박종화 혹은 황석영 삼국지등과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를 잘 모른다는 점에서 이 문제제기는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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