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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의 노무현과 대구경북의 이명박
대한민국은 영남권력으로부터 벗어나야
 
공희준 기사입력 :  2008/05/2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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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희준, bignews@bignews.co.kr

등록일: 2008-05-22 오후 12:12:06



주초부터 입 더러워지는 소리를 해야 하는 것이 찜찜하다. 그럼에도 또 총대를 메야겠다. 내가 왜 매번 총대를 메야만 하는지 참으로 갑갑하다. 그저 팔자려니 하면서 인고하는 수밖에.

‘5ㆍ18에 폭력 및 추태로 얼룩진 광주구장’ 네이버 뉴스에 오른 프로야구 기사다. 사정은 이렇다. 5월 18일에 광주구장에서 기아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벌어졌는데 빈볼시비로 말미암아 양 팀 사이에 몸싸움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기아 투수 임준혁이 lg 타자 이대형을 바닥에 나동그라질 만큼 세게 밀치고 퇴장조치를 당했다.

역시나 예견했던 대로 댓글의 반응이 뜨겁다. 인터넷서 호남인을 비하하는 표현인 ‘전라디안’이 기사 말미에 주렁주렁 매달렸다. 임준혁이 깽깽이들의 천하고 무식한 근성을 어김없이 보여줬다는 투였다. 이는 곧바로 광주민중항쟁의 매도와 폄하로 이어졌다. 김일성의 사주를 받은 빨갱이들의 폭동이라고. 김대중을 욕하는 댓글 또한 빠지지 않았다.

국민원로는 영남을 끈질기게 비판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야구장 폭력사태에서 비난거리를 구하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대구나 부산에 소재한 경기장에서 선수들 간의 충돌과 관중들의 소요가 발생했다고 하여 “상도놈들은 안 돼!”와 같은 막말을 내뱉지는 않는다.

흥미로운 대목은 가해자인 임준혁은 인천 동산고를 졸업했고, 전라도한테 테러당했다고 위로를 받고 있는 피해자 이대형이 정작 광주 출신이라는 점이다. 제일고등학교 졸업. 이호성 탓에 국민들한테 몹시도 얻어터졌던 학교를 나왔다. 이게 동서화합에 성공했다고 평가를 받는 노무현 정권 5년의 결과물이다. 그러한 평가는 다름 아닌 자평이었다. 노무현 똘마니들이 결성한 참여정부평가포럼 등에서 내린.

전라디안 운운하는 네티즌들은 전부 한나라당 지지자들일까? 그들 모두가 지지난 대선에서 이회창을 찍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호남에 대한 영남인의 멸시와 조롱은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는다. 여기서의 진보는 노무현과 유시민으로 상징되는 자칭 ‘유연한 진보’다.

언제가 요런 일이 있었다. 유시민이 주도하는 참여정치연구회, 즉 참정연에서 무슨 행사인가를 열었다는 것이다. 거시서 콩트 하나를 공연했단다. 풍자대상은 당연히 난닝구. 짙은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참정연 회원 한 명이 난닝구 차림으로 퍼포먼스를 펼쳤고, 유시민이 이를 보고서는 깔깔대고 웃으며 박수를 치는 광경이 인터넷으로 생중계됐다는 거였다.

설마설마 했지만 저들의 내면세계가 이 정도로 저렴할 줄은 몰랐다. 참정연 행사소식을 전해 듣고서는 나도 모르게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호남태생이 아닌 국민원로가 이러거늘 전라도 사람들 본인들은 얼마나 분노가 치밀었겠는가? 지역구도 타파를 부르짖으며 정권을 잡은 작자들이 그들이 싸웠다고 자부하는 적들 이상으로 더욱더 철두철미한 지역주의자들이었다니.

그러나 호남은 노무현 정권 내내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단 한 차례도 드러내지 않았다. 아니다. 딱 한 번 드러낸 적이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 후보자 선출 광주지역 경선에서 노무현과 영남친노들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은 이해찬을 꼴찌로 추락시킨 것이다. 그 이후 호남은 다시금 깊은 침잠에 들어갔다. 호남의 침잠은 18대 총선에서 광주가 전국서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사건을 통해 생생히 증명된 바 있다.

개인적으로 호남논객들을 많이 알고 있다. 이들은 사석에서는 노무현과 그가 이끄는 경상도 노빠들의 만행에 치를 떤다. 하지만 공적으로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이 점이 정말로 안타깝다. 노무현 정권 5년은 호남인으로 하여금 또다시 지독한 자기검열에 빠지게끔 만들었기 때문이다. 호남이 깊은 침잠에서 깨어나기를, 호남논객들이 무거운 자기검열의 쇠사슬을 끊어버리기를 바란다. 그래야 내가 경상도 노빠들과의 백해무익하고 지루한 소모전을 끝마칠 수가 있어서다.

‘5ㆍ18에 폭력 및 추태로 얼룩진 광주구장’과 같은 막돼먹은 헤드라인을 지닌 악성 보도가 어떻게 포털에서 비중 있게 취급될 수 있었을까? 아는 범위 안에서 이유를 유추해보겠다. 노무현 정권 아래서 경상도 인맥의 약진은 정계와 관계의 고위직에만 두드러지지 않았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의 실무 관리자들로도 상당수 진출했다. 이 덕분인지는 몰라도 포털사이트는 물론이고 오마이뉴스까지, 노무현을 비롯한 신세대 영남패권세력에게 불리한 내용들은 네티즌들에게 소개될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한다. 광우병 파동의 근본원인이 한미fta 졸속협상에 있다는 사실이 조직적으로 축소ㆍ은폐되고 있는 현상이 대표적 실례다. 대신에 ‘5ㆍ18에 폭력 및 추태로 얼룩진 광주구장’ 따위의 반호남 논조가 각광을 만끽한다.

이쯤에서 모종의 결단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보수적 기성언론은 대구경북서 태어난 이명박 패거리가 장악하고 있고, 진보적 뉴미디어는 부산경남에서 올라온 노무현 광신도들이 틀어쥐고 있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영남패권주의의 사악한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우리가 남이가’에 오염되지 않은, 경상도의 비위를 맞추는 데 급급해하지 않는 공간을 시급히 창출해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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