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선거경제/복지미디어전쟁국제정치.경제민족/통일사회/사법군사/안보문화/스포츠
로그인 회원가입 아이디/비번 찾기
전체기사보기 교육/과학   고대사/근현대사   고향소식/해외동포   포토/해외토픽  
편집  2024.09.16 [12:40]
고대사/근현대사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주막 늘리려 뒤뜰 팠더니 1kg 넘는 신라 금관이…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5] 금관총 금관
 
조선일보 기사입력 :  2009/07/06 [13:50]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밴드

 

[한국문화, 그 찬란한 기억] 주막 늘리려 뒤뜰 팠더니

1kg 넘는 신라 금관이…

  • 김병모 고려문화재연구원장·한양대 명예교수
  • 입력 : 2009.07.06 03:06 / 수정 : 2009.07.06 12:00











1921년 9월, 경주시 노서동에서 주막을 운영하던 박문환씨는 장사가 잘되자 주막을 늘리기로 작정하고 뒤뜰 언덕을 파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뜻밖에 고색창연한 황금빛 유물이 나왔다. 조선총독부 고적조사위원회가 사흘간 조사했더니 그곳은 신라시대 왕의 무덤이었고 금관과 허리띠, 귀고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1500년의 긴 잠에서 깨어난 최초의 신라 금관이었다. 유물이 나온 무덤에는 '금관총(金冠塚)'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금관총 금관(국보 87호)은 외관(外冠)과 내모(內帽)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 외관은 형태가 독특하고 화려하다. 얇은 금판으로 만들어진 외관은 원형의 머리띠와 그 위로 솟아오르는 나뭇가지[樹枝], 사슴뿔 모양의 장식이 기본 구조다. 山(산)자 3개를 위에서 아래로 연속적으로 붙여놓은 형태가 앞면과 좌우 측면에 장식돼 있고, 뒤쪽에는 사슴뿔 모양 장식 2개를 세웠다. 이들 뼈대에는 나뭇잎[杏葉]과 푸른 열매[曲玉]가 규칙적으로 달려 있다. 내모는 금판에 구멍이 뚫린 고깔[折風] 모양으로, 앞쪽에 새가 양 날개를 펼친 모양의 장식이 달려 있다.

국보 87호인 금관총 금관. 외관(外冠)은 원형의 머리띠 위에 山(산)자 모양 3개가 연속적으로 이어져 있으며, 뒤쪽에 사슴뿔 모양 장식 2개를 세웠다./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 금관은 높이 44.4cm, 머리띠 지름 19cm로 국내에서 이제까지 발견된 금관 중 제일 크다. 금관은 재료에 따라 순금관·금동관·은관 등으로 구별돼 주인공의 신분 차이를 암시한다. 금관총 금관을 비롯한 순금관 5개는 모두 경주 시내에서 발견됐고, 나머지는 경주와 신라 영토 내에서 고루 나왔다. 이를 통해 순금관의 주인공이 신라 왕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신라에서 금관이 활발하게 만들어진 시기는 불교가 공인되는 6세기 이전이라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내물(奈勿) 눌지(訥祗) 자비(慈悲) 소지(炤知) 지증(智證)이 대를 이어 '마립간(麻立干)'이라는 무속적 칭호를 쓰던 기간으로, 당시 신라왕들은 모두 김씨였다. 김씨 왕족들이 금관과 금제 장신구를 선호한 이유는 그들의 조상이 알타이 지방과 관련이 있고 알타이인이 금을 숭배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알타이'라는 말은 금을 뜻하는데 그래서 김(金)이 씨족의 족명(族名)이 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내모(內帽)는 얇은 금판에 구멍이 뚫린 세모꼴 모자로 앞쪽에 새가 양 날개를 펼친 모양의 장식을 꽂았다./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궁금한 것은 금관의 용도다. 무게가 1㎏이 넘는 데다 관테가 약하고 흔들거리는 금관을 행사용 예관이나 실용품으로 사용했을까? 아마 고깔형 모자 위에 덧씌워서 사용했거나 아니면 장례용 부장품일 가능성이 크다.

이 찬란한 신라 금관은 수난을 많이 겪었다. 1927년 11월 10일 밤, 조선총독부 박물관 경주분관(경주박물관)에 도둑이 들어 금관총에서 출토된 허리띠와 장식물을 훔쳐 달아난 것이다. 그런데 금관엔 손을 대지 않았다. 도난당한 유물도 6개월 뒤 경주경찰서장 관사 앞에서 발견돼 회수됐다. 1956년 국립경주박물관에 또 도둑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금관총 금관만 훔쳐갔다. 천만다행으로 모조품이었다. 금관총 금관은 그렇게 살아남았다.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 유려한 선과 해학적 상감의 완벽한 조화
  • [한국문화, 그 찬란한 기억] [2] 청자상감포도동자문동채주자
  • 불뿜는 백마의 비상… 비상(飛上)하는 신라의 꿈
  • 고구려 유물이 경주서 출토… 그 희귀한 비밀  
    조선닷컴 핫 뉴스 best
    사진으로 보는 생생한 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민족신문
     
     
    주간베스트
      개인정보취급방침광고/제휴 안내기사제보보도자료기사검색

    Copyright ⓒ 2007 인터넷 민족신문. All rights reserved.
    Contact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