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김씨는 흉노 김일제 후손?” 9세기 신라인 묘비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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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라 김씨 사람들이 자신들의 뿌리를 흉노에서 찾고자 했음을 보여주는 9세기 재당(在唐) 신라인의 묘지명(사진)이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
신라사 전공인 부산외대 권덕영 교수는 “‘(신라) 김씨의 시조가 중국 고대 전설상의 제왕인 소호씨김천(少昊氏金天)이며 먼 조상이 흉노 조정에 몸담고 있다가 서한(西漢)에 투항해 무제(武帝?재위 기원전 141~기원전 87년) 때 시중(侍中)에 임명되고 투정후에 봉해졌던 김일제’라고 명기한 ‘대당고김씨부인묘명(大唐故金氏夫人墓銘)’을 최근 발견했다”고 밝혔다.
묘지명의 주인공은 함통(咸通) 5년(864) 5월29일에 32세로 사망한 재당 신라인 김공량의 딸 김씨 부인이며, 1954년 중국 산시성 시안시 동쪽 교외 곽가탄에서 출토됐다. 전서체로 3행에 걸쳐 ‘대당고김씨부인묘명’이라고 새긴 덮개돌(43.5×44㎝)과 23행에 최대 27자씩, 총 593자의 예서체 명문이 기록된 지석(46.5×45.5㎝)이 함께 발견돼 현재 시안의 비림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묘지명에 따르면, 김씨 부인은 ‘구당서’ ‘신당서’ ‘책부원귀’ 등 중국 사서들에 신라인으로 기록된 김충의의 손녀이자 김공량의 딸이다. 김충의 부자는 당나라 조정에서 벼슬하며 화가이자 기술자로 이름을 날렸다. 권 교수는 “당시 중국으로 건너간 신라인이 많았는데 이번 묘지명은 재당 신라인의 유일한 실물 묘지명”이라며 “신라인들이 중국에 머물면서도 성씨와 신라인의 정체성을 지녔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묘지명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먼 조상이 김일제라고 언급한 부분이다. 하지만 권 교수는 “신라에서 성이 확립되기 시작한 것은 6세기 중엽 이후이기 때문에 이런 의식은 관념상일 뿐, 실제 신라 김씨가 김일제에게서 비롯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흉노족인 김일제는 이민족으로서 7대에 걸쳐 중국 한족에 성실히 충성을 바친 인물”이라며 “재당 신라인들이 중국 내에서도 추앙받는 김일제를 조상으로 삼고자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 기사입력 2009.04.22 (수) 21:37, 최종수정 2009.04.22 (수)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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