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공천 화약고에 불이 붙고 있다. 공천 화약고는 영호남지역이나 중진 의원 물갈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그 결과는 향후 당내 권력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나라당은 4일 대구·경북 지역 공천심사결과를 발표하려 했으나, 이번주 후반으로 발표를 연기했다. 민주당은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비리인사 전원 공천 배제' 방침을 밝히면서 당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양당 모두 텃밭 영·호남의 물갈이 등 '개혁 공천' 후폭풍이 극심할 전망이다.

박 위원장은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공심위 회의에서 "뇌물, 알선수재, 공금횡령, 정치자금, 파렴치범, 개인비리 등 기타 모든 형사범을 포함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자는 심사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적 비리가 아닌 경우에 대해 예외를 두거나 사안별 판단을 하자는 당 지도부 주장과는 상반된 입장이다.

박 위원장 방침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김홍업 의원,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신계륜 사무총장, 배기선 의원,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 안희정씨 등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탈락한다. 이에 당 지도부가 이날밤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개인 비리가 아닌 경우에 대해선 선별 구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심위측에 전달, 막판 절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박 위원장이 한발 물러나더라도 비리 전력자들에 대한 외부 공심위원들의 공천 배제 방침이 워낙 강해 향후 공천 과정에서 사사건건 지도부와 충돌을 빚을 전망이다.

영남 물갈이론을 둘러싼 한나라당내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공심위 정종복 간사는 브리핑에서 "대구·경북 지역을 심사했으나, 단수후보 확정 지역이 없었다"며 "부산·경남·울산 지역까지 합쳐 6, 7일쯤 일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정 간사는 '왜 발표가 늦어지느냐'는 질문에 "워낙 영남에 대한 관심이 많아 결정하지 못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영남 물갈이와 관련, 박근혜 전 대표의 움직임도 주목받고 있다. 친박(親朴)계 한 의원은 "친박쪽 의원을 탈락시키면 친이쪽 후보가 공천받고, 친이쪽 의원을 탈락시켜도 친이쪽 후보가 공천 받는 구조"라고 진단한 뒤 "공천을 안주면 무소속 출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남 중진의원들에 대한 지역내 교체 여론이 높다는 점도 무시하기 힘들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물갈이 공천 기준이 중요할 것"이라며 "합리적 물갈이라면 큰 분란이 일지 않겠지만, 의도적이라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공천 확정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친박쪽 경북 의원은 "이 부의장이 비례대표를 하거나 출마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 부분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도영 조민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