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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충격보고서...◆정치판 뺨치는 계파, 작전세력 판치는 민노총 회의
노동권력 있는 곳에 비리 있다◆노동계는 부패(腐敗)백화점?
 
[조선일보 단독] 기사입력 :  2009/03/0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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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민노총 창립공신이 ‘친정집’ 치부를 벗긴 까닭은?
본지 단독입수 '민주노총 충격 보고서'
초대 사무총장 권용목씨, 열흘동안 잠 안자고 작업
탈고한 지 하루 만에 숨져
수십억 파업비 영수증은 없어
문갑식 기자 gsmoo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80년대 노동운동가' 권용목씨 2월 13일 별세
권용목(權容睦·52) 뉴라이트 신노동연합 상임대표가 13일 오후 10시 별세했다. 권 상임대표는 현대중공업의 전신인 현대엔진 노조위원장, 민주노총 초대 사무총장 등을 지냈다.(본지 2월 14일자 보도)

뉴라이트 신노동연합은 "권 대표가 노동 관련 책 발간을 위해 열흘 동안 잠을 자지 않고 작업을 한 뒤 숨졌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숨지기 하루 전인 12일 동료 5명과 함께 책을 탈고(脫稿)했으며 다음날 강릉에서 책에서 보완할 점과 민노총 개혁방안을 주제로 워크숍을 하던 중 쓰러졌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권 대표의 책은 '민주노총 충격 보고서'이며 8개 장이다. 이 가운데 6개 장에 부패백화점, 파업공화국, 시대의 흐름과 뒤떨어진 전투적 노동운동, 일 안하고 노는 노조 전임자 그들만의 현장 권력, 비정규직 문제에 립 서비스… 같은 제목이 붙어있다.

한눈에도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민노총의 치부(恥部)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책임을 알 수 있다. 뉴라이트 신노동연합은 다음주 중 180쪽 분량으로 출간될 이 책에 값을 매기지 않았으며 후원금을 받을 계획이다. 그런데 민노총의 산파역(産婆役)이었던 권씨는 왜 이 책을 쓰게 됐을까?
▲ 단상 점거와 몸싸움으로 무산된 2005년 3월 민주노총 임시 대의원 회의. / 조선일보db
◆노동계는 부패(腐敗)백화점?

설(說)만 분분했던 민노총 재정위원회 사건이 권씨에 의해 처음 그 전모가 공개됐다. 1999년 11월 29일 민노총은 7차 긴급 중앙위원회를 열고 '재정위 사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민노총 재정위 사건이란 당의 재원을 맡아 관리하는 재정위가 5억2000만원의 예산을 횡령해 주식투자에 나섰다가 원금까지 날린 사건이다. 당시 조사위원장이었던 이성도(2007년 사망)씨는 내용을 공개하면서 "운동진영의 비도덕성에 경악했다"고 말했다.

재정위 사건의 가담자는 처음 5명으로 밝혀졌으나 나중에 전교조 재정담당자와 물품 납품업자도 연루됐음이 나타났다. 사건 이후 공금을 가로챈 인사는 계속 '투쟁'을 외치다 민주당 국회의원이 됐고 다른 인사는 민노당 지구당위원장을 지냈다. 주식투자에 앞장섰던 인사는 민노총 산하 산별연맹 위원장이 됐다.

재정위 사건으로 민노총이 발칵 뒤집힌 지 2년 뒤인 2001년 8월부터 4년여간 민노총 수석부위원장을 지낸 강승규씨는 6회에 걸쳐 택시운송사업조합 간부들로부터 8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그는 경영진에 전화를 걸어 돈을 요구했으며 받은 돈의 대부분을 채무변제 등 개인용도에 사용했다. 노동진영에 이런 사례는 무수히 많다는 게 권씨의 주장이다. 대표적 강성노조인 현대차 노조(지금의 현대차 지부)는 2001년 9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38명을 취업시키는 대가로 7억8000만원을 받았다. 이 사건에는 현대차 전·현직 노조간부 20명이 연루됐으며 이 가운데 8명이 구속됐다.

권씨는 책에서 "현대차 노조 간부들의 돈 받는 수법이 전문가를 뺨쳤다"며 "아내의 부모, 전처(前妻)나 내연녀 어머니 명의의 계좌로 돈을 송금받았으며 이 돈으로 골프·해외여행·증권투자·부동산 투자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노동권력 있는 곳에 비리 있다

광주시 하남산업단지 내 a사의 구내매점 주인이 2004년 10월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노조간부들이 매점 입찰 때 도와주겠다며 한 번에 수백만원씩의 술을 살 것을 강요하고 2차 성(性) 접대까지 요구했다는 것이다.

2002년 7월에는 울산 b사 노조 간부가 노조창립기념일에 기념품 납품업자로부터 6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것이 드러나 집행부가 총사퇴했다. 한 은행 노조위원장은 조합비 1억1000만원을 가로채 자기 아내의 식당 인수 계약금과 대학 등록금으로 썼다. 그 밑의 노조 총무부장도 차명계좌로 2900만원을 빼돌렸고 부위원장은 가정부 고용비 명목으로 890만원을 챙겼다.

그런가 하면 한 국책기관 자회사에서는 노조위원장이 전산장비 시스템 납품계약을 도와주겠다며 업자로부터 4억3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건이 발생해 서울지검이 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권씨는 책에서 "대형노조가 파업을 할 때는 보통 20억~30억원이 들고 심지어 50억원까지 파업비로 쓴 노조가 있지만 정확한 영수증은 거의 없고 주변 식당 영수증만 잔뜩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제조업체에서는 안전화·작업 안경·안전도구·작업복이 노조 비리의 온상"이라고 했다.

권씨는 한 대형제조업체 피복비가 연간 60억원인데 노조에서 지명하는 업체에 물량을 몰아줘 제값보다 몇 만원 높게 책정해 사준다고 폭로했으며 민노총 보건의료노조 산하의 한 노조는 연간 피복 구입비 15억원에 리베이트만 5억원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정치판 뺨치는 계파, 작전세력 판치는 민노총 회의

권씨는 현대차 노조에만 10개가 넘는 현장조직이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자회(민노회)·민투위·민주노동자투쟁연대(민노투)·현장을 지키는 사람들(현지사)·현장 활동 혁신을 위한 자주 노동자회(자주회)·노동자 연대투쟁(노연투)·실천하는노동자협의회(실노회)·동지회·현노신·미래회·전국회의·평등연대·전민투 등이 그것이다.

1987년 현대차 노조 출범 당시 2개였던 계파가 이렇게 늘어난 것은 노선에 불만을 품은 조직원들이 이탈해 핵분열하듯 조직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위원장 선거를 전후로 이합집산하는데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백명에 이르는 현장 조직을 거느리고 있다.

현대차 노조 다음으로 계파가 많은 곳은 기아차 노조로, 미래를 여는 노동자회(미래노)·현장의 힘(현장)·기아민주노동자회(기노회)·전진하는 노동자회(전노) 등 5대 계파가 있다는 게 권씨의 주장이다.

권씨는 "이들 노조에서 대의원에 당선되면 그날부터 일을 안 하고 감독자처럼 현장을 어슬렁거린다"며 "업무시간에 자기 볼일 다 보고 다녀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는 특권층이 되는 것은 현장권력을 쟁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권씨는 "민노총 안에서 보낸 10년 세월은 서로 첫마디만 들으면 저쪽은 어디 조직, 이쪽은 누구 패거리라는 말뿐이었다"며 "총파업을 결정할 때도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 없이 몇 명이 짜놓은 각본대로 움직이는 비이성적인 회의가 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왜 목숨을 바쳐 이 책을 썼는지를 이 대목에서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입력 : 2009.03.07 02:59 / 수정 : 2009.03.0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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