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도 보수도 “이명박 대북정책 문제 있다” 맹비난


(사진 : 청와대)
4.9총선을 불과 수일 앞둔 28일, 북한이 서해상에 단거리 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이 또 다시 ‘북풍’ 문제로 술렁이기 시작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김하중 통일부장관의 ‘선 핵포기, 후 개성공단 확대’ 발언 및 김태영 합창 의장의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주장 등으로 인해 이뤄졌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서해상에 미사일을 발사한 점이나 사정거리를 감안할 때,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표출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전날(27일) 개성공단 남북경협협의사무소 상주 남측 당국자들이 북측의 요구에 의해 철수됐었다는 점 또한 이 같은 해석에 뒷받침이 돼주고 있다.

정치권은 이구동성으로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가 총선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면적으로는 각 정당간 서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해석을 내리며 이번 사태를 총선에 십분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특히, 한나라당을 제외한 자유선진당 등 보수 정당은 이번 사태가 이명박 정부의 불분명한 대북정책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 판단하며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 확립을 요구하고 나섰다. 진보.개혁 성향의 정당들은 이와는 반대로 일제히 정부의 강경 대북정책에 대해 비난하며 사태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이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총선 정국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하는 중간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부자내각’, ‘계파공천’ 논란에 이어 총선의 새로운 이슈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총선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통합민주당, “정부, 북한 자극하지 말고 대북화해협력정책기조 분명히 하라”

통합민주당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이명박 정부의 북한 자극발언에 대해 질타하는 짧은 논평을 냈다.

유종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북한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 긴장완화를 명시한 남북기본합의서와 2007년 남북정상선언에 위배되는 행위”라며 “우리 정부는 북한을 자극하지 말고 대북화해협력정책기조를 분명히 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정부의 유연적 자세를 촉구했다.

또, “자칫 잘못하면 지난 10년간 국민과 함께 쌓아온 남북화해교류의 공든 탑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면서 “남도 북도 민족문제를 놓고 감정대립이나 실험적 행동을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을 통해 구축한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우려했다.

유 대변인은 이어, “북한은 어떠한 경우에도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사업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며 남북교류가 지속돼야 함을 강조했다.

창조한국당,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보여준 대북접근에 대한 미숙함”

창조한국당은 이번 미사일 발사가 개성공단의 우리측 요원 철수요구에 이은 자기존재 알리기의 두 번째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그러면서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이 같은 북풍이 불어오게 된 데 대해 강하게 우려를 표하며, 보수진영이 총선용으로 이를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했다.

창조한국당 김지혜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청와대는 통상적인 훈련이라며 애써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보여준 대북접근에 대한 미숙함”이라며 “그렇다고 뾰족한 대책도 없는 것은 향후 5년간 남북관계의 방향성을 짐작케 한다”고 남북관계 경색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이명박 정부는 긴장을 유발하는 불필요한 언행을 삼가야한다”며 “긴당을 완화하고 화해협력 할 수 있는 다리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대변인은 “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보수표 결집을 노린 신북풍용 대응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즉각 철회해야 마땅하다”면서 “북한도 민족전체를 생각해 경거망동은 삼가야한다”고 정부와 북한 모두를 향해 자제를 촉구했다.

김 대변인은 덧붙여서 “이번 북풍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현명한 해법을 요구한다”며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총선의 전략으로 여야의 대치점이 되기보다 한반도의 안정적 상황관리가 최우선임을 모두가 새겨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자유선진당, “대북정책 원칙과 철학 정립 못하고 우왕좌왕할 때부터 예견된 상황”

자유선진당은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로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에 대한 초강경 비난 일색임과 동시에 명확한 대북관을 확립하지 못한 정부에 대해서도 따끔한 질책을 하고 나선 것.

신은경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명백한 도발행위”라면서 “이는 남한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자, 도발”이라고 규정했다.

신 대변인은 또, “한 마디로 북한이 아직 남침야욕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검은 본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남북교류협력사무소의 남측요원 퇴출에 이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에 대한 원칙과 철학을 정립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할 때부터 이미 예견된 상황”이라고 정부의 명확한 대응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우리는 북한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해야 한다”며 “지난해 대선기간 북한이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한반도에는 핵전쟁의 먹구름이 드리울 것’이라고 협박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회복도 중요하지만 안보가 더 시급한 과제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명확한 정부의 보수색체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 대변인은 거듭 “북한이 더 이상 오판하지 않도록 대북정책에 대한 확고한 원칙과 분명한 철학을 하루 빨리 정립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며 지난 10년간 유지.발전시킨 대북포용정책을 사실상 폐기 요구했다.

민노당,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대북 압박만 앵무새처럼 되뇌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 직전 논평을 통해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평화를 실현할 자격을 상실했다”고 맹비난했다.

민노당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김하중 통일부장관의 ‘선 핵포기, 후 개성공단 확대’ 발언을 지목했다. 이와 관련, 민노당은 “개성공단 2단계 사업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협박성 메시지가 함축된 발언”이라며 “따라서 남북경협의 상징이며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개성을 핵문제와 연계시키는 것은 남북관계 단절 선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김 장관을 질타했다.

그러면서 김태영 합참 의장이 인사청문회 당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주장한 것 또한 “사태를 키우는 데 한 몫 거들었다”고 말했다. 민노당은 또한, “서민경제를 파탄내고 남북관계를 단절시키고 한반도 평화를 위협에 빠뜨리는 이명박 정부의 독주는 더 이상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18대 총선에 또 하나의 의미가 부여되었다”며 “서민생활 안정화를 위해서도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는 진전되어야 한다”고 강력 주장했다.

이 같은 사태를 초래한 정부와 한나라당을 향해서는 “노동자와 서민에겐 법치를 강조하면서 한미간의 협정을 모조리 위반하고 있는 미국에겐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명박 정부는 평화를 실천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면서 “대북 압박만을 앵무새처럼 되뇌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자격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진보신당, “강부자내각, 돈공천, 대운하공약 은폐 등 물타기로 작용할 것

진보신당은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가 한나라당을 위한 ‘지원사격’이라고 논평했다.

이날 이창우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한반도 대운하를 내년 4월에 착공한다는 로드맵이 폭로되자마자 오늘 오전 북한이 서해안에서 한나라당을 위한 지원사격에 나섰다”며 “선거 때마다 단골 메뉴였는데 왜 안 터지나 했다. 한나라당의 지지율 폭락장세를 저지하는 ‘써킷 브레이키’가 발동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부대변인은 “아직 북한이 왜 그랬는지 알 수 없다”며 “그러나 강부자내각, 돈공천, 대운하공약 은폐 등 한나라당이 쏟아놓은 온갖 악재에 물타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한 우려를 제기했다.

이 부대변인은 또, “남북간의 긴장완화와 대화 협력을 강조해도 모자랄 판국에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북한의 이 같은 선택은 지지받기 힘들다”면서 “설령 새정부가 개성공단 2단계 추진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고 남측 요원들을 철수시키고 문까지 ‘쾅’ 닫아버리는 신경질적인 행동은 현명하지 못한 것”이라고 북한에 대해서도 비판을 잊지 않았다.

한나라당, 짧은 한 마디...“총선에 북한 개입 우려된다”

한편, 정부와 한나라당만은 극도로 말을 아끼며 사태 추이를 살피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이날 조윤선 대변인의 현안관련 브리핑을 통해 “지난 대선전과 마찬가지로 이번 총선에서도 북한이 개입을 하려는 의도가 있지는 않은지 심히 우려된다”며 “그런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말만으로 모든 입장을 대변했다.


정흥진 기자 (폴리뉴스/(구)e윈컴정치뉴스)
기사입력시간 : 2008-03-28/18:2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