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가 췌장암 투병 끝에 눈을 감았다. 그는 반 백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연기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 모니터를 할 수 없다는 명배우였다.
배우 김영애는 4월 9일 오전 10시 58분 향년 66세로 숨을 거뒀다. 지난 2012년 MBC '해를 품은 달' 촬영 당시 췌장암 진단을 받았던 김영애는 암 투병 중에도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특히 그는 지난 2월 26일 종영한 KBS 2TV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 이만술(신구 분)의 아내 최곡지 역으로 출연하며 열연했지만, 연장된 마지막 회에는 함께하지 못해 많은 팬들의 우려를 샀다.
이에 김영애 소속사 스타빌리지 엔터테인먼트 측은 "50회 이후 출연을 하지 않은 건 처음부터 50회까지 출연하기로 계약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라며 "연장이 논의 됐을 때 체력적으로 힘들어하시는 것을 지켜본 회사와 방송사에서 연장된 4회차는 출연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분량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또 "현재 병원에서 안정과 휴식을 취하고 계시고 체력도 많이 좋아지신 상태"라며 건강 상태가 호전됐다고 밝혀 많은 시청자들을 안심하게 했다. 하지만 최근 급격히 악화된 병세로 김영애는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팬들 역시 깊은 안타까움을 표하며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김영애는 언제나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배우였다. 췌장암 진단 이후 촬영 내내 지독한 통증에 시달렸지만 허리띠를 졸라매며 이를 악물었다. 특히 김영애는 지난해 6월 16일 개봉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제작보고회 당시 뜨거운 연기 열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는 김영애가 췌장암 투병 당시 찍은 작품이라 유독 각별했다. 가장 최악의 몸 상태였지만, 이 작품을 통해 오히려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고.
김영애는 개봉 직전 열렸던 당시 제작보고회에서 "영화를 하겠다고 하긴 했지만, 내가 무사히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내겐 가장 큰 위기였다. 하지만 다들 내게 정말 많은 배려를 해줬다. 이 작품이 있었기에 몇 달의 고비 동안 다른 생각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현장에 나가면 내 몸 상태가 어떤지 앞으로 내 미래가 어떨지 잊어버리게 된다. 특히 김명민 씨와 촬영을 많이 했는데, 정말 많이 배려해줬다"며 "다행히 지금은 적당히 일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회복됐다"고 털어놨다.
또 김영애는 "오랜 시간 연기를 하고 있지만 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가 나온 작품 모니터도 잘 하지 않는다"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이어 "늘 인자한 어머니 역할을 맡다가 새로운 역할로 변신했다"는 지적에는 "어느 한 이미지에 국한되는 게 정말 싫다"며 "배우 김영애의 모습을 끌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눈 감기 직전까지 연기를 놓지 않았던 김영애. 마지막 순간까지 시청자와 함께했던 그는 진정한 배우였다.(사진=뉴스엔DB)
뉴스엔 김명미 mm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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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마지막 촬영 현장 영상 공개연합뉴스|입력 17.04.09. 14:12
(수정 17.04.09. 14:59)
김영애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마지막 촬영 현장 영상 공개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김영애 선생님은 목숨을 걸고 연기하셨어요. 여러 말 할 것 없이 직업을 떠나서 사회인의 한 사람으로서 맡은 바 책임을 끝까지 하신 것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모든 후배에게 귀감이 되셨습니다. 이제 아프지 않은 곳으로 가셔서 편안히 쉬시길 바랍니다."
배우 차인표가 9일 별세한 선배 배우 김영애의 마지막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차인표는 김영애와 함께 KBS 2TV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6개월여 촬영하면서 고인의 투병 모습을 지켜보고 위로했다.
그는 지난 2월 초 김영애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배우들의 배웅을 받으며 여의도 KBS 별관 스튜디오를 떠나는 모습을 촬영해 이날 연합뉴스에 제공했다.
차인표는 "마지막 순간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자로서 맡은 바 책임과 소임을 다하신 김영애 선생님 같으신 분이야말로 이 시대의 귀감이 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 영상은 선생님이 50회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라며 "이렇게 끝까지 책임을 다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우리 사회가 아름다운 것이고 한류도 생겨난 것이라 생각하다"라고 강조했다.
photo@yna.co.kr'/>
차인표는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촬영 초 김영애와 나눈 대화도 소개했다.
그는 "김 선생님께서 촬영 초 분장실에서 '나는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50회가 끝날 때까지만 살아있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드렸어요. 부디 하나님께서 기도를 들어주셔서 같이 일하는 제작진이나 연기자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내가 아픈 것 때문에 누가 안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평소에 진통제를 맞다가 드라마 녹화하는 날에는 정신이 명료해야 한다며 진통제를 안 맞고 버티셨는데 그러느라 녹초가 돼셨다"면서 "마지막 10주 정도는 정말 모든 것을 소진하시며 연기를 하셨다"고 덧붙였다.
차인표는 "선생님께서 너무나 고생하셨다"면서 "중간중간 암이 전이됐다고 말씀하시면서도 드라마를 끝까지 무사히 마쳐야 한다는 일념뿐이셨다. 드라마와 다른 배우들에게 폐를 끼칠까, 그것만 걱정하셨다"고 전했다.
차인표는 김영애가 이 세상 마지막 임무로 연기를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옆에서 본 바로는 김 선생님은 연기를 이 세상에서 해야 할 마지막 일로 선택하신 느낌을 들었다"며 "연기하는 것이 본인이 지금까지 살아있는 유일한 위안이자 치료제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