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 김민희가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이 영화제 역사상 한국 여배우가 본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영화 '원초적 본능'의 저명 감독 폴 베호벤이 이끄는 심사위원단은 18일 저녁(현지시간) 홍 감독의 19번째 장편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주인공 '영희' 역할을 소화한 김민희를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여우주연상은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곰상 다음 서열인 은곰상의 여러 분야 중 하나다.
김민희는 공식경쟁 부문에서 다른 17편과 경합한 이 영화에서 유부남 영화감독과 불륜의 사랑에 빠졌던 여배우 '영희'를 열연했다. 극중 영희는 독일 함부르크와 강릉에서 지인들을 만나 사랑과 삶에 관해 질문하고 번민한다. 영화는 무엇보다도 홍 감독과 김민희 씨의 현실과 오버랩되는 소재로 만들어진 데다가 영희와 유부남 영화감독과의 관계에 대한 세상의 시선에 강하게 반론하는 극중 인물들의 대사가 여러 군데 나와 관심을 끌었다. 특히, 두 사람은 작년 6월 불륜설이 불거진 이후 지난 16일 처음으로 기자회견장 등 공식 석상에 함께 등장해서는 보란 듯이 친밀한 스킨십을 하며 다정한 모습을 보여 흥미를 유발했다.
김민희는 수상 소감을 통해 "감독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라고 했다. 그는 "너무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어주신 홍상수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누군가에게는 이 영화가 가슴에 깊은 울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영화제에서 별처럼 빛나는 환희를 선물받았다"며 울먹였다. 한국영화가 칸, 베니스, 베를린 등 이른바 3대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배출한 것은 2007년 칸영화제를 빛낸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 이어 10년 만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명배우 전도연은 당시 이 작품의 주인공으로서 여우주연상을 받아 '칸의 여왕'이라는 별칭도 따랐다.
홍 감독은 2008년 '밤과 낮', 2013년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 이어 3번째로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의 작품과 관련해 어떤 상이든 주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 섞인 관측이 진작에 나왔었다. 홍 감독이 3대 영화제에서 자신의 작품과 관련해 수상 영예를 안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0년 영화 '하하하'로 칸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탔다. 한국영화는 1961년 강대진 감독이 '마부'로 베를린영화제서 특별은곰상을 탄 것을 시작으로 3대 영화제서 여러 차례 크고 작은 상을 받았다.
특히, 베를린영화제에선 장선우 감독이 1994년 '화엄경'으로 알프레드 바우어상을, 2004년에는 김기덕 감독이 '사마리아'로 감독상을 받았다. 2005년에는 임권택 감독이 해마다 중요 영화인들에게 수여하는 명예황금곰상의 영예를 안았다. 2007년에는 박찬욱 감독이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로 알프레드 바우어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알프레드 바우어상은 가장 혁신적인 영화에 주는 상이다. 2011년에는 박찬욱 감독이 동생 박찬경과 함께 만든 단편 '파란만장'이 단편 경쟁부문 황금곰상을 받기도 했다.
한편, 이번 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곰상은 헝가리 출신 일리코 엔예디 감독의 '온 바디 앤드 소울'(On Body and Soul. 원제 Testrol es lelekrol>에 돌아갔다. 로맨틱 팬터지로 성격이 분류된 이 영화는 매일 밤 같은 꿈을 꾸는 한 커플의 이야기를 다뤘다. 도살장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교감에 관한 질문이다. 또한, 독일과 노르웨이 합작으로 소개된 영화감독 토마스 아르슬란의 영화 '헬레 내히테'(독일어명 Helle Naechte. 영어명 Bright Nights)에서 열연한 게오르크 프리드리히가 남우주연상(은곰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영화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그린 로드무비다.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