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이 개봉 닷새 만인 31일,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 20일 개봉해 800만 관객을 넘긴 '부산행'과 27일 개봉한 할리우드 흥행작 '제이슨 본' 같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인천상륙작전'은 어떻게 여름 성수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을까.
◇'부산행' '제이슨 본' 제치고 1위
개봉 일주일 전 열린 시사회 직후 평론가들은 "첩보 작전 장면이 영화적 재미를 못 살렸고, 극 중 인물들의 부자연스러운 신파 장면이 걸린다"며 혹평을 내놓았다. 하지만 개봉날 이 영화는 관객 46만4379명을 동원하며 '부산행'과 '제이슨 본'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예매율도 꾸준히 1위를 유지했고, 2위인 '부산행'과의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포털사이트의 관객 평점은 8점대(10점 만점)를 꾸준히 유지했다.
◇"숨겨진 영웅을 보여주는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6·25 전쟁 초반 낙동강 이남까지 내몰린 국군과 유엔 연합군이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해 인천 상륙을 목표로 펼치는 첩보 작전 '엑스레이(X-RAY)'를 다루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해군 첩보 부대와 켈로 부대 무명용사들의 희생을 그린다. 영화는 '한국군 켈로 부대의 숭고한 희생 정신을 기린다'는 자막을 내보내며 끝난다.
이 영화를 보고 호평을 한 관객들은 "6·25 전쟁 같은 현대사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며 공감을 나타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이 영화에 9~10점의 높은 평점을 준 네티즌들은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는 놀라움과 한국군에 대한 감사를 표현했다. "맥아더가 아니라 숨겨진 영웅을 보여주는 영화."(rok_****) "이런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돌아보게 해줘서 뭉클했다."(rim_****) "우리가 지금 이렇게 평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준 분들을 알게 됐고, 감사함을 가져야겠다."(dusk****) "인천상륙작전의 숨은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다.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많은 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mini****)
이 영화에 낮은 평점을 준 네티즌들도 영화의 주제의식에는 공감하면서 만듦새에 문제를 제기했다. "우리나라를 위해 희생된 분들께는 늘 빚지고 살아가지만, 그분들을 기리려 했으면 이것보단 훨씬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었어야 했다"(rafa****)는 것이다.
중장년층 관객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20대 관객 비중이 30%를 훌쩍 넘는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이 세대가 6·25전쟁과 인천상륙작전에 대해서 아는 게 많지 않기 때문에 호기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영화 개봉일, 부모와 함께 봤다는 장병수(24·대학생)씨는 "인천상륙작전에 대해선 맥아더 장군이 6·25전쟁의 전세를 역전 시킨 작전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첩보전과 한국군의 활약이 있었는지 몰랐다. 그들의 희생 덕분에 지금의 자유를 누리고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최근 '인천상륙작전'처럼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조명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연평해전'과 올 상반기 개봉한 '귀향'은 각각 600만, 385만 관객을 동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