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아프가니스탄은 빼어난 황금문화를 보여준다. 틸리야 테페 귀족 무덤에서 화려한 금관이 출토됐다. 신라 금관(오른쪽·국보 191호 황남대총 금관)과 유사한 모양새로 신라 금관의 기원을 짐작케 한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아프가니스탄-. 흔히 내전과 화약냄새를 떠올린다. 역사적으로 영국·러시아·미국 등 외세의 침입도 잦았다. 지금도 정정이 불안하다. 테러 소식이 잇따른다. 무장세력 탈레반이 저지른 문화재 파괴(반달리즘)의 폐해도 컸다.
아프가니스탄은 동·서문명의 교차로였다. 실크로드의 한복판에 자리했다. 서쪽의 유럽, 동쪽의 중국, 남쪽의 인도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했다. 동서양이 만나는 접경지대였다. 4일 오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전시장 복판에 설치한 문구 하나가 눈에 띈다.
아이 하눔 유적에서 나온 ‘헤르메스 기둥’. 그리스의 자취가 남아 있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금이다! 2000년 동안 잠들어 있던 고대 박트리아 공주가 우리 눈 앞에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1978년 틸리야 테페 유적을 발굴한 러시아 고고학자 사리아니디가 남긴 『회고록』 중 일부다. 아프가니스탄 북부 틸리야 테페에서 당시 유물 2만여 점이 쏟아졌다. 금관·상아 조각·유리병 등 하나같이 화려하고 정교했다. 이집트 투탕카멘 유적 발굴에 비견되기도 했다.
유물은 여성 무덤 5기와 남성 무덤 1기에서 출토됐다. 시신과 함께 묻은 부장품이다. ‘황금의 언덕’을 뜻하는 지명답게 금 공예품이 압도적이었다. 특히 6호 여성 무덤에서 나온 금관이 백미다. 신라 왕관의 ‘원류’로도 꼽힌다. 국립중앙박물관 백승미 학예사는 “아프가니스탄 왕관은 1세기에, 신라 왕관은 5~6세기에 만들어졌기에 둘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 어렵지만 구슬을 꿰어 만든 장신구 영락(瓔珞)과 나뭇가지 세움장식 등에서 유사성이 발견된다”고 말했다. 옛 아시아 지역의 문화전파를 연구하는 훌륭한 계기가 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