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납자 몰린 황필상 前대표 7남매 막내, 청계천 판자촌 출신… 정보지 '수원교차로' 만들어 대박 "후배 위해 장학재단 만들었을뿐… 기부하면 행복해진다고 하지만 내 삶은 완전히 망가져버려"
평생 모은 재산을 기부했다가 고액·상습 체납자로 내몰린 황필상(69) 전 수원교차로 대표는 서울 청계천 판자촌(村)에서 7남매 중 막내로 자랐다. 그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고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하고 22세에 군대 갈 때까지 부모님을 도와 양을 치고 젖을 배달하는 일을 했다"며 "대학 진학은 꿈도 못 꿨고, 먹고사느라 바빠 친구도 없었다"고 어려웠던 시절을 회고했다.
황필상(69) 전 수원교차로 대표가 경기 수원시 구원장학재단 사무국에서 억울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그는 군을 제대하고 26세 늦깎이로 1973년 아주대의 전신인 아주공업전문학교 기계과에 입학했다. 악착같이 공부해 학과 수석을 차지했고, 학교 지원을 받아 프랑스로 유학 가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 귀국 후엔 카이스트 교수를 지냈고, 1991년엔 생활정보지인 수원교차로를 설립해 많은 돈을 벌었다. 그는 "빈민촌 출신인 나를 유학까지 보내준 아주대에 감사한다"며 2003년 아주대에 현금 15억원과 219억원 상당의 주식을 기부했다. 자신처럼 어렵게 공부하는 후배들을 돕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황씨는 "(선진국에선) 기부를 하면 행복해진다고 하지만, 내 삶은 기부 때문에 망가졌다"고 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10월 황씨에게 225억원의 세금을 내라고 통보했다. 황씨가 기부한 주식에 대해 아주대(구원장학재단)가 증여세를 내지 않자, 국세청이 황씨를 '연대납세의무자'로 지정한 것이다. 황씨는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한 사람에게 225억원을 내라니 이런 억지가 어디 있느냐"라며 "나 같은 사람이 있는 한 페이스북 총 주식의 99%(487억달러·약 55조4500억원)를 기부하기로 한 저커버그 같은 사람은 한국에서 절대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황씨가 기부액보다 많은 세금을 물게 된 것은 한국의 세법(稅法) 때문이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은 공익법인이 특정 기업의 주식을 5% 넘게 기부받으면 초과분에 대해 최고 50%의 증여세를 물게 돼 있다. 황씨가 내야 할 세금에는 원래 아주대가 내지 않은 증여세뿐 아니라, 이런 세금을 자진 납부하지 않은 것에 대한 벌금 성격의 가산세도 포함돼 있다.
황씨와 국세청 간의 법정 공방은 6년 반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2010년 7월 수원지법(1심)은 "장학 사업을 하려고 기부한 주식은 과세 대상이 아니다"라며 황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011년 8월 서울고법(2심)은 "(법 조항이) 불합리하더라도 법에 규정돼 있으면 따라야 한다"는 취지로 국세청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최종 결정권을 가진 대법원은 4년 넘게 재판 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다.
법정 공방이 한창이던 2011년 수원교육지원청은 아
주대가 황씨의 기부금으로 설립한 '구원장학재단'에 '우수 공익법인' 표창을 줬다. 이 재단은 황씨의 부모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으로 황씨가 한동안 이사장을 맡았다. 황씨는 "국세청은 나를 탈세범 취급하는데 교육청은 표창을 주니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얘기냐"면서 "우리 정부가 과연 기부 문화를 활성화할 의지는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