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950년 한국전쟁 때 평양-원산 부근에서 북진을 멈췄으면
중국의 군사개입을 막고 통일을 이뤘을 것이라고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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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교의 산 증인으로
평가되는 키신저 전 장관은 최근 펴낸 저서 ‘세계질서’(World Order)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전쟁 평가를 실었다.
미군은 1950년 9월15일 인천상륙작전을 실시한 뒤 38선을 넘어 북진을 시작해 10월25일 압록강까지 진격하는 데
성공했으나 위기의식을 느낀 당시 중공군이 개입하면서 전세가 바뀌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군이 한반도의 가장 좁은 목인 평양-원산
라인에서 진격을 멈췄으면 북한 전쟁수행 능력의 대부분을 궤멸시키고 북한 인구의 90%를 흡수해 통일 한국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며 “국경을 놓고 중국과 문제가 될 소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은 당시 저우언라이(周恩來)에게 ‘미군이 평양-원산에서 멈춘다면 중국은 당장 공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마오쩌둥은 미군이 압록강까지 진격하자 이를 중국에 대한 ‘봉쇄’전략으로 인식하고 군사개입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오쩌둥은 미국이 한국을 점령한 뒤 베트남과 주변국들을 침략할 것이라고 여겼다”며 “이에 따라 마오쩌둥은 1593년
일본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조선반도를 침략했을 당시 중국 지도자들이 구사했던 전략을 되풀이했다”고 덧붙였다.
키신저 전 장관은 임진왜란 전개과정을
소개하며 “히데요시가 이끄는 일본군은 조선군의 초기
저항을 제압하고 신속히 북진했다”며 “그러나 이순신이 결의에 찬 수군을 조직해 일본의 보급로를 차단하고 일본군이 해전에 참여하도록 관심을 분산시키면서 진격의 속도를 늦췄다”고 평가했다.
그는 “당시 일본군이 평양에 당도하자 중국은 속국인 조선이 전복되는 것을 막고자 4만명에서 10만명에 이르는 군대를 투입해 일본군을 한양까지 밀어냈다”며 “역사가 반복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임진왜란 때 중국의 대응과 한국전 때 미국이 경험했던 중국 대응의 유사성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한국전쟁은 중국에는 굴욕의 세기를 끝내고 세계무대에 나서는 상징임과 동시에, 의도하지 않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전쟁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이기도 했다”며 “미국과 중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공통의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은 정치적 분열을 수반하지만, 북한 비핵화는 미국과 중국이 유엔 결의를 통해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있는 목표”라며 “미국과 중국은 비핵화가 현실화되는 (북한의) 비상상황에 대비해 정책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연 미국과 중국이 비핵화된 통일 한국을 만들어내기 위한 공통의 전략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라고 묻고 “북한문제 논의는 미국과 중국이 ‘신형 대국관계’를 만들어내기 위한 큰 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