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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절 특별기고] 개헌론, 사려 깊지 않은 발상이다
-현행 헌법대로 제대로 실천해보라-
 
박찬종 기사입력 :  2010/07/1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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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론, 사려 깊지 않은 발상이다

-현행 헌법대로 제대로 실천해보라-




 오늘 7월 17일은 제헌절 62주년이다.




 15일 새로 선임된 한나라당 대표는 취임사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를 골자로 하는 개헌의지를 표명하였다. 최근에 여권일각에서는 현행헌법의 개정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오고 있다. 개헌론자들의 명분은 급격한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표출된 문제점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수렴하고,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고, 지역, 이념, 세대를 통합하는 정신을  담아내기에는 현행 헌법이 불완전하다는데 있다.

이러한 명분들이 이 시점에서 개헌의 절실한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 있는가?




1. 현행헌법으로는 위에서 열거한 명분들을 충족시킬 수 없는가?




현행헌법은 87년 6.10항쟁의 결과 국민적 합의로 개정된 것이다.

현행헌법의 핵심내용은

① 엄격한 3권분립

② 국회의원의 자율권보장

③ 정당의 민주적 운영, 상향식 공천제도

④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헌법수호책임

⑤ 시장경제와 복지균점

⑥ 자유민주주의 질서로의 평화통일 지향

⑦ 지역, 이념, 계층통합을 이룬 건강한 사회지향 등이다.

개헌론자들이 제시한 개헌필요의 명분은 이미 현행헌법에 그 취지가 충분히 살려져 있다. 이러한데도 굳이 개헌론을 제기하는 의도가 무엇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2. 부패, 타락, 반국민적 여의도식 정치행태를 개헌으로 극복할 수 있는가?




어떻든 개헌론의 핵심은 여의도식정치행태의 혁파와 대통령권력의 분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행헌법을 철저히 지켜서 실천한다면 여의도식 정치행태와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충분히 완화할 수 있다.




‘여의도식행태의 특징’은 어떤 것인가?

법정진성당원이 사실상 없는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패권정당과 그 정당의 실력자들이 밀실, 야합, 계파, 돈으로 국회의원 후보들을 공천하여 당선된, 자율권이 거세된 정당의 ‘똘마니’로 전락한 국회의원들이 당론의 이름아래 국회회의장에서 패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현행헌법 시행이후 5회의 대통령선거, 6회의 국회의원선거를 치른 22년의 세월동안에 국회, 국회의원, 정당이 최악의 반국민적 위헌적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헌법에 3권 분립을 엄격히 규정하고, 국회는 입법부로서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 비판하도록 명시되어 있음에도 자율권이 거세된 국회의원들이 대통령과 행정부의 비판, 견제의무를 망각한 체 이른바 여당의원은 ‘청와대성벽’지킴이, ‘파벌투쟁꾼’으로 전락하여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촉매역할을 하고 있다.




3. 현행헌법의 ‘상향식 정당후보공천 등 정당의 민주적운영(헌법 8조)’, ‘국회의원의 자율권 보장(헌법 46조)’에 관한 규정을 철저히 지킴으로서 오늘날의 여의도식 행태와 대통령의 권력집중을 혁파, 완화할 수 있다.




이러한 헌법의 규범적 명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려고 하는 노력과 성의가 87년 이후 나날이 쇠퇴해져 옴으로서 오늘날의 극심한 정치불신을 결과하였다. 드디어 이 모든 반국민적 정치행태가 오로지 현 헌법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묻는다! 개헌론자들은 현행헌법을 단 한번이라도 제대로 읽고 그 정신을 되새겨 본 일이 있는가? 아마도 대부분의 경우 없을 것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한번 읽어 보라!




헌법은 국가의 기본법이기 때문에 세세한 항목까지를 조문화 할 수 없다. 가령, 헌법 8조에는 정당은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하고 밀실, 야합, 계파, 돈으로 자행하는 하향식공천을 용납하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비민주적 정당의 행위는 해산사유가 되고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제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헌법 46조 자율권)’ 규정하고 있다. 정당의 비민주적 운영행태와 국회의원의 자율권포기 및 침해 행위들에 대해서 제대로 대처하려면 정당법, 국회법, 공직선거법 등에서 준엄하게 처벌하는 규정을 두어야 한다. 그러나 개헌론자들은 이런 생각을 한번이라도 해 보았는가?

 

자신들이 현재 누리는 기득권을 포기할 각오를 하여야 만 이러한 입법을 결단할 수 있다. 그러한 입법을 해야 마땅한 것이 현행헌법의 취지고, 정신임을 알고는 있는가? 따라서 개헌론자들은 자신들의 부끄럽고 추악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서의 개헌론제기가 아닌가?




4. 대통령중임제, 내각제 등은 절대로 고려될 수 없다.




개헌론자들은 오늘날의 정치적 혼돈이 대통령단임제에서 오는 것이므로 4년 중임제 또는 내각제 등으로 권력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한국적정치현실을 면밀히 고려하지 않은데서 온 발상들이다.




① 중임제를 살펴본다.

단임제에서는 대통령임기중의 치적에 관한 심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중임제로 고쳐서 4년 첫 임기에 대한 심판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개헌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중임한 후반기 4년의 치적에 대한 심판의 기회는 언제 어떻게 가질 수 있는가? 그 기회를 가지기 위해서는 다시 3선을 허용하는 개헌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단임제의 폐단을 중임제로 극복하려는 것은 짧은 생각이다




② 의원내각제 및 이원집정부제를 살펴본다.

 

의원내각제는 정당간의 권력이동이 핵심이다. 의원내각제가 되면 진성당원이 없는 소수기득권자들이 지역주의 기반위에서 장악하고 있는 반국민적 유령정당들이 경쟁하여 정권쟁탈놀음을 하게 될 것이고, 권력을 쥔 쪽은 장관 등 요직을 독점하게 된다. 따라서 지역주의는 더욱 심화되고 그나마 지난 20여년간 대통령책임제 아래서 시행해온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인사 등은 없어지게 될 것이다. 더욱이 남북분단 상황에서 정권쟁탈, 유지를 위한 추악한 소용돌이가 자칫 대한민국의 국기를 위태롭게 할 수가 있다. 이원집정부제도 이와 유사한 위험성이 있는 제도이다.




5. 현재의 여당지도자들과 국회의원들은 개헌을 발의할 자격이 없다




오늘날 국민이 좌절, 절망하고 있는 썩고 병든 정치의 원인이 현행헌법 탓이라고 단정하고 있는 개헌론자들은 현행 헌법에 대한 개정안을 발의 하여서는 안 된다. 이들은 현행헌법이 명령하고 있는 규범들을 지킬 의사도 능력도 없고 그러한 노력을 엿보인 적도 없다. 그러함에도 현재의 기득권을 유지하면서 헌법을 개정하자고 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개헌론자들의 상당수는 헌정사상 가장 부끄럽고 추악한 정당의 후보공천과정을 통해서 의원직을 획득하였다. 그 공천과정은 헌법규정을 제대로 적용한다면 의원직이 원천무효가 되고 그런 정당들은 마땅히 해산해야 할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대도 조금의 반성 없이 어찌 개헌론을 입에 담을 수 있는가!




6. 그렇다면 현행헌법은 완벽한가?




물론 그렇지 않다.  현행헌법의 제일 큰 위험요소는 대통령 유고시의 잔임 기간에 대한 승계규정이 없는 것이다. 5년 임기의 대통령이 유고시,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되어 60일 이내에 5년 임기의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따라서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나 극단적인 경우 60일 마다 선거를 할 수도 있다.




지난 22년간 5명의 대통령 후보를 선출해왔는데, 한 번도 유고사태가 없었다. 유고사태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부통령제를 도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유고시의 승계규정 보완을 위해서 지금 개헌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2010. 7. 16




변호사 박 찬 종

(1987년 통일민주당 개헌특위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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