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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 정말 위기다, 이대로 가면 모두 망한다”
왜 이렇게 됐나.결국 노사관계가 문제라는 얘긴데, 정말 ‘노조가 갑’인가.
 
중앙일보 기사입력 :  2017/08/25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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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호의 직격 인터뷰] “자동차산업 정말 위기다, 이대로 가면 모두 망한다”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장
현대·기아차는 사드 여파로 중국 시장에서 매출이 반토막 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쇳물부터 자동차 할부금융까지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것을 생산하고 관리하는 현대·기아차의 수직계열화 전략이 요즘 같은격변기엔 오히려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23일 인터뷰에서 “개별 회원사의 경영 전략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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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는 사드 여파로 중국 시장에서 매출이 반토막 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쇳물부터 자동차 할부금융까지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것을 생산하고 관리하는 현대·기아차의 수직계열화 전략이 요즘 같은격변기엔 오히려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23일 인터뷰에서 “개별 회원사의 경영 전략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최정동 기자]
 

김용근(61)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빛나는 성과를 거둬 온 한국 자동차산업이 지금 위기이며, 이대로 가면 모두 망한다는 절박한 호소였다. 그는 노사관계의 선진화가 우리 앞에 놓인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국내 완성차 5개 사의 모임인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이니 그런 주장을 할 수밖에 없다고 간단히 치부해 버릴 일은 아니었다. 경제관료 시절 산업정책을 주로 다뤄 온 그는 자동차산업을 넘어서 제조업 경쟁력과 기업 하기 좋은 환경 등 한국 경제 전반을 고민하고 있었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왜, 어떻게 최대 위기에 몰리게 됐을까. 해법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나. 23일 서울 서초동의 협회 회장실에서 그를 인터뷰했다.
 
 
한국 자동차산업이 지금 얼마나 어려운가.
“수출·내수·생산의 삼각 축이 흔들리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량은 2012∼2015년 연 450만 대 수준으로 정체되다가 지난해 423만 대로 30만 대 이상 감소했다. 올해도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으로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독일·일본 등 8대 자동차 생산국 중 최근 2년 연속으로 생산량이 쪼그라드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지금껏 50년간 전진해 오던 한국 자동차산업이 후퇴의 기로에 서 있다.”

 
지난해 생산량이 확 줄어든 이유는.
“파업 여파도 있고, 러시아·중동 등 수출시장에서 많이 빠졌다. 정부가 내수를 살리기 위해 내놓은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지난해 상반기에 끝난 탓도 있다. 해외 주력시장에서 밀리고 국내 시장은 수입차에 잠식당하는 처지다. 전체적으로 정체 내지 하강하고 있다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글로벌 생산 순위도 계속 후퇴하고 있다.
“우리를 추격 중인 중국·인도·멕시코 같은 후발주자의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생산량에서 인도에 추월당했고 올해는 멕시코에도 밀릴 수 있다.”

 
왜 이렇게 됐나.
“임금이 너무 높다. 우리 완성차 업계의 평균임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 자동차 5개 사의 지난해 연간 평균임금은 9213만원으로 2005년에 비해 83.9% 올랐다. 반면 지난해 일본 도요타의 평균임금(연봉)은 9104만원, 독일 폴크스바겐은 8040만원이었다. 우리 자동차 5사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12.2%였다. 제조업의 정상적인 경영지표 한계선인 10%를 넘어섰다. 임금 수준이 생산성이나 경영성과와 직접적인 연계 없이 매년 노사의 대립적인 투쟁을 거쳐 3~4%씩 상승한 결과다.”

 
결국 노사관계가 문제라는 얘긴데, 정말 ‘노조가 갑’인가.
“노사 간 교섭력의 불균형이 합리적 노사관계를 만드는 데 걸림돌이다. 선진국은 파업 절차가 엄격하고 파업 시 대체근로가 허용되며 직장 점거가 금지돼 있는 등 노조의 파업권과 사용자의 경영권이 균형 있게 보장된다. 반면 우리는 30년 전에 만든 법과 제도가 노조에 ‘갑’에 준하는 우월적인 힘을 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노조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파업할 수 있지만 독일 폴크스바겐은 4분의 3, 미국 GM은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우리는 파업을 결의하면 유효기간이 없다. 하지만 폴크스바겐은 한 번의 찬반 투표로 한 번의 쟁의행위만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언제든지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백지수표’를 써 주는 셈이다. 1년 단위의 단체교섭 주기와 2년 단위의 짧은 노조위원장 임기, 노─노 간 선명성 경쟁 등도 대립적 노사관계를 개선하는 데 제약이 되고 있다.”

 
일본 도요타차 노조도 과반수 찬성으로 파업할 수 있고 파업 결의에 유효기간이 없다.
“그렇기는 하다. 하지만 일본은 협력적 노사관계가 구축돼 있어 실제로 파업은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는 글로벌 기업의 노사관계에서 배워야 한다. 노사정이 모여 협의해야 한다. 지금 한국만 ‘노사관계의 갈라파고스’다. 독일도 변하고 일본도 변하고 미국도 변했다. GM 본사의 인사담당 임원을 만났더니 ‘회사가 파산하면 노조도 파산한다’는 것을 노조도 알기에 협조가 잘된다고 하더라. 요즘엔 노조가 경영에 참여하는 독일식 ‘노동이사제’를 도입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노동이사제가 좋은 제도이긴 하다. 그런데 독일 노조는 경영자만큼의 책임감이 있다. 본토에서 생산만 하게 해달라, 고용만 보장하면 임금은 양보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철저하게 협력관계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우리 노조가 과연 그런가.” 
왜 자동차 노조가 특히 문제인가.
“생산 과정에서 노동력이 가장 많이 필요하다. 대량 조립생산이고 시간 외 근무도 가장 많다. 노동력 투입과 생산량이 비례하는 분야다. 휴대전화 등 전자산업과 달리 생산시설을 쉽게 옮기기도 힘들어 노사관계의 변화가 그동안 적었다. 휴대전화는 이미 해외 공장으로 대부분 나갔지 않나.”
 
노조도 이런 비판을 잘 알고 있을 텐데.
“외국계 자동차 임원도 궁금해하더라. 외환위기를 겪었는데 왜 노조가 달라지지 않았는지. 업계에선 ‘회사가 망하기 전에 더 많이 뜯어내야겠다’는 인식과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
 
 
김 회장은 인터뷰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의 중요성을 반복해 강조했다. 국내 기업이든, 외국 기업이든 무엇보다 한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일찍 감지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국내 자동차업계의 해외 생산 확대라는 성공 스토리가 주는 착시효과 때문이라고 했다. 해외 생산이 늘어나면 기업은 돈을 벌지 모르지만 우리 일자리는 그만큼 줄어든다. 그는 “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제조업의 생산 기반이 사라지면 4차 산업혁명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자율주행차를 한국이 만들어야 기술도 개발하고 수요도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자율주행차를 외국에서 수입한다면 4차 산업혁명의 기초도 쓰러진다는 것이다. 연구개발(R&D)을 아무리 잘한다 해도 우리나라의 생산 경쟁력이 좋지 않으면 외국으로 과실이 다 빠져나간다는 얘기다. 한국에 자동차 생산 기반이 없다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노동의 유연성 부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왜 안 바뀌나.
“대통령이 심각성을 느끼고 개입해야 한다. 1987년 6·29 선언 이후 7~9월 노조의 연쇄 파업은 국민적 정당성이 있을 수도 있다. 당시는 저임금 노동이었고 사용자의 노동 착취나 인권 문제도 많았다. 하지만 그 이후 30년간 상법·공정거래법 등 기업 관계법이 강화되면서 기업 경영은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달라졌다. 하지만 노사관계의 틀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정부가 이 문제를 풀어 줘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노사관계 선진화 얘기는 없는 것 같다.
“노무현 정부가 한·미 FTA를 결정했듯이 노사 문제는 진보 정권이 풀 수 있다. 노사관계의 선진화는 100대 과제가 아니라 10대 과제에 넣어야 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다. 어렵고 정치적인 문제라고 계속 뒤로만 미룰 사안이 아니다. 정부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 모델의 하나로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적정 임금의 일자리를 만드는 ‘광주형 일자리’를 관심 있게 보고 있긴 하다.
“굉장히 좋은 시도다. 임금을 낮게 유지하는 대신 자동차를 포함한 공장을 유치하겠다는 것인데, 이게 성공하기 위해선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규정한 노사관계법을 바꿔야 한다. 누군가 ‘왜 같은 일을 하는 저 기업은 6000만원을 주는데 나는 4000만원만 받느냐’고 제소하면 어떻게 하나. 법적 안정성을 보장해 줘야 한다.”
 
기아차의 통상임금 1심 판결이 곧 나온다.
“모든 노사 합의 사항이 사법적 쟁송의 대상이 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불안한 것이다. 이런 나라가 별로 없다. 한국GM의 경우 2014년 3월 대법원 판결을 수용해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켰다. 그 결과 인건비가 올라 경영에 부담이 됐다. 그로 인해 생산량이 줄었다. 한국GM 입장에서 생산량을 늘릴 의지와 동기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통상임금 문제는 법의 공백 상태 탓에 나온 것이다. 그 공백을 노동부의 행정지침으로 보완한 게 문제가 됐다. 이미 인건비 부담이 과도한 상황에서 통상임금 부담까지 지게 되면 자동차산업뿐만 아니라 전 제조업이 망한다. 자동차산업은 특히 시간 외 근무가 많기 때문에 다른 산업에 비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자동차 회사는 시간 외 수당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물량을 줄이고 그만큼 생산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GM 철수설은 어떻게 보나.
“한국GM은 본사에서 고임금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GM 본사에서 들은 얘기다. 모든 의사 결정에 이런 여건이 참고가 되지 않겠나. 노사관계만 좋아진다면 GM은 우리나라에 더 투자를 할 것이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안타깝다.”
 
기아차가 통상임금 재판에서 지면 임금 문제로 생산거점을 해외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질책을 듣고 성명서를 수정했는데.
“가정을 하고 얘기한 것인데 언론이 너무 해외 이전 부분만 부각시켰다. 문제를 더 확대하고 싶지 않다. 나중에 자세하게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산업정책 측면에서 필요한 건 없나.
“디젤차 중심의 유럽은 이산화탄소 규제를 하고 미국은 배기가스 규제를 강화했다. 우리는 두 규제를 다 가져왔다. 자동차에 대한 안전 기준과 환경 기준은 필요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이지만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환경 기준은 세계 최고의 유럽 기준을 적용한다. 우리는 아직 유럽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관련 기술을 모두 유럽에서 들여와야 한다. 유럽 차만 배부르게 해주는 것이다. 쓴 약이 몸에 좋기는 한데, 양이 너무 많으면 치사량이 되지 않겠나.”
 
인터뷰를 마친 후인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장에 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를 위촉했다. 김 회장의 반응을 물어볼까 하다가 그만뒀다. 생각해 보니 그가 인터뷰에서 이미 답을 했다. “노사관계 패러다임의 변화를 위해선 정부가 중립적으로 노사 간의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 
 
김용근 협회장은 …
1956년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서도 한참 들어가는 농촌에서 났다. 순천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시 23회에 합격해 산업통상자원부 전신인 상공부와 산업자원부에서 산업정책과장, 산업정책관, 산업정책본부장을 지냈다. 정부가 산업정책을 힘 있게 이끌던 시절, 중심에 그가 있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을 거쳐 2013년 10월부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다. 2014~2016년 세계자동차공업협회장도 지냈다.

 
서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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